■ 내년 의대증원 0명 확정
‘학생 전원 복귀때만 0명 원칙’
정부, 또 입장 바꾸고 당근책
“학생 미복귀 명분 힘 실어줘”
교육부 “복귀동력 확보 차원”

결국 원점으로…
정부가 의대생들의 동맹휴학으로 촉발된 1년 2개월간 의정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채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한다. 교육부는 지난달 ‘의대생 전원 복귀 시 내년도 증원 0명’이란 원칙을 제시했지만, 수업 복귀율이 20%대인데도 불구하고 의료계 의견을 수용해 ‘증원 0명’을 확정했다. 정부가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무너뜨리면서 대입 정책의 안정성과 의료개혁의 당위성을 훼손했다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증원 0명을 결정했지만 이러한 당근책에도 의대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아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결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 관련 브리핑을 연다. 전날(16일) 전국 40개 의대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긴급 화상회의를 연 후 정부에 “내년도 모집인원을 3058명으로 확정해달라”고 건의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총장들 건의를 정부가 수용하는 모양새를 취했을 뿐, 이미 정부는 “3058명을 빨리 선언해야 복귀한 학생들의 수업권도 보호할 수 있고, 다른 학생들이 추가 이탈하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결정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부총리는 임기응변 대책으로 정책 집행 원칙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지난 3월 7일 교육부는 의대 교육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미복귀 의대생에 대한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교육부는 3월 말이 가까워져도 ‘전원 복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등록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전원 복귀가 아니라 정상 수업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말을 바꿨다. 제적 위기를 피하기 위해 ‘무늬만 복귀’한 의대생들은 10명 중 8명꼴로 수업에 불참하고 있다. 교육부는 의대 교육 주무부처로서 기본적인 상황 판단과 정책 예측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년 2개월간 막대한 피해를 감수한 환자들은 정부의 원칙 훼손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이날 “교육부가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은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내건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이 바꿨는데 이젠 정부의 의료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 내에서도 내년도 증원 0명을 발표하는 순간 정부가 의료계를 상대로 쓸 수 있는 카드가 없어졌다고 보고 있다. 의대생들이 필수의료 패키지가 백지화되기 전까지 돌아오지 않고, 의료계 집단행동도 장기화될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이미 사직전공의와 의대생들 사이에선 2026학년도 이후 의대 모집인원도 3058명으로 관철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권도경 기자, 김현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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