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黨대선전략 혼선’ 비판 고조
“국힘 후보 존재감만 떨어뜨려
자해전략… 방향 틀어야” 지적
‘尹과 결별’ 놓고도 입장 엇갈려
‘정권심판 구도’ 흘러갈 우려도
국민의힘의 ‘6·3 대선’ 경선이 ‘한덕수 차출론’을 포함해 ‘반(反)이재명’에만 매몰되고 있는 데 대해 당내에서도 비판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만 대통령이 안 되면 된다는 식의 선거 전략이 도리어 이 후보를 도와주는 꼴이 되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지는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당의 입장도 명확히 정리하지 못하면서 민주당의 ‘정권교체 대 정권연장’ 프레임에 갇힌 형국이다.
17일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대선 캠페인이 민주당이 반기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빅텐트를 치는 거야 좋지만, 그걸 ‘반이재명’으로 부르는 것은 멍청했다는 말도 나온다”고 밝혔다. 이 후보를 국민의힘이 나서서 ‘1강’으로 부각시킨 데다, 국민의힘 후보의 존재감을 떨어뜨렸다는 취지다. 이 후보가 자신의 약점으로 꼽힌 30%대 지지율 박스권을 뚫을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선거 전략을 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내에서 커지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이재명만 키워주는, 멍청한 자해 전략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경선에도 흥행 적신호가 떴다. 예비후보들이 ‘반이재명 빅텐트론’에 끌려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BBS 라디오에서 “지금은 경선에 집중하고 싶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이재명 후보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며 빅텐트론을 언급했다. 안철수 후보는 SBS 라디오에서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사람들을 모두 모아 반드시 선거에서 이기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빅텐트론과 맞물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가 현실화한다면 단일화를 시도하겠다는 입장이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도 경선 후보들 간에 엇갈리면서 탄핵 찬반 논쟁 재연 조짐도 나온다. 일부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의 결별을 주장했다. 한동훈 후보는 전날(16일) 페이스북에 “민심이 윤심(윤 전 대통령의 마음)보다 5000만 배 더 중요하다”고 적었다. 유정복 후보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윤 전 대통령을 잊자”며 “윤 전 대통령을 집으로 보내드리고 이재명을 정치권에서 퇴출시키자. 그게 우리가 대선에서 승리하는 길”이라고 했다.
당 조직부총장인 김재섭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을 통해 “대선에서 이기는 방법은 간단하다. 파면당한 전임 대통령과 결별하면 된다”고 했다. 친한동훈계 곽규택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윤 전 대통령 입김이나 후광에 기대 대선을 치르겠다는 것은 맞지 않는 전략”이라고 했다.
경선 단계에서 ‘탄핵 찬반’ 공방이 또 확산하면서 민주당이 의도한 정권 심판 구도로 대선이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의도했든, 안 했든 일찌감치 대선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고 평했다.
국민의힘 분열상이 커지고 있지만 이를 타개할 만한 인물은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패배의식에 젖어 있는 것 같다”며 “이 후보 비판에 집중하다가 ‘안전한 2등’이 되기보다는, 진심으로 잘 준비하고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서종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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