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동물약국에서 보관 중인던 유효기간이 지난 동물용 의약품. 부산시청 제공
부산의 한 동물약국에서 보관 중인던 유효기간이 지난 동물용 의약품. 부산시청 제공

“법보다 친분”…2억 상당 동물약 94차례 거래한 동물병원·도매상 적발

무인 성인용품점에선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무허가 스프레이도 판매

부산=이승륜 기자

“동물병원은 동물 사육자에게만 동물용 의약품을 팔 수 있습니다. 친하다고 도매업자에게 약 공급하면 안 되요.”

부산시 특별사법경찰관이 동물용 의약품을 위법하게 유통·판매한 업체를 잇따라 적발했다. 이들 중 일부는 친소 관계를 이유로 거래가 허가되지 않은 이들끼리 동물 약을 사고 팔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부산시 특사경은 지난 1~4월 시내 동물용 의약품 취급 도매상과 동물병원 등을 대상으로 의약품 불법 유통·판매 행위를 단속한 결과 총 9곳에서 위법행위를 적발했다고 17일 밝혔다. 적발된 행위는 △의약품 수입·제조업자 등 의약품 공급자가 아닌 자로부터 불법 구매 1건 △의약품 공급자가 아닌 무자격자의 의약품 판매 1건 △유효기한 경과 의약품 판매 목적 저장·진열 7건 △의약품 거래 내역 미작성·미보관 1건 등이다.

위반 사례를 보면 A 동물병원은 2020년부터 올해 1월까지 94차례에 걸쳐 2억 원이 넘는 소염진통제 등 의약품 14종을 B 도매상에 팔아 약사법의 동물병원은 동물 사육자 외의 대상에 동물용 의약품을 판매할 수 없는 규정을 위반했다. 특사경은 이 약을 구매해 시중 동물병원에 판 B 도매상도 적발했다. 특사경 확인 결과 B 도매상은 거래처에서 특정 약을 요청하는데, 물건을 구하지 못하자 또 다른 거래처인 A 동물병원을 통해 약을 구해서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발 과정에서 A 동물병원 측은 “법 위반을 통해 큰 수익을 얻은 것은 없다”며 “오래 알고 지낸 친분 때문에 B 도매상에 약을 제공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사경 관계자는 “병원 등이 적발된 범행으로 큰 수익을 얻은 것은 없었다”며 “규정보다 친분이 앞선 도덕적 해이가 법 위반의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이외 C 동물약국은 유효기한이 1년 6개월 지난 약품을 판매 목적으로 판매대에 저장·진열했고, D 동물약국은 항생제를 판매한 뒤 구매자 등 거래 현황을 작성·보관하지 않아 이번 단속에서 적발됐다.

특사경 또 단속 과정에서 무허가·위조 의약품을 판 성인용품 무인 판매점 1곳과 유인 판매점 2곳도 적발했다. E 무인 성인용품점은 프로코밀, 킹파워 스프레이 등 무허가의약품을 자동판매기에 진열·판매하고, 성분 미검증된 가짜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 100mg을 몰래 판 혐의를 받는다. 특사경이 압수한 프로코밀, 킹파워 스프레이를 국과수에 성분 의뢰한 결과 알레르기성 과민반응, 두드러기, 부종, 호흡곤란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는 국소마취제인 리도카인이 검출됐다. 특사경은 적발된 업자들을 형사 입건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시 측은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고,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의약품 판매·유통 행위를 근절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승륜 기자
이승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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