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쏘아올린 관세전쟁이 격화되고 한국이 영국·호주·인도·일본 등과 함께 최우선 협상국으로 포함된 가운데 1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좌담회 ‘트럼프 관세전쟁, 어떻게 대응하나’에서 국내 전문가들이 “완전히 새로운 맞춤형 생존 전략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석자들은 대규모 관세 인상 조치를 단행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의 배경에 단순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넘어 미국 GDP의 120%가 넘는 수준의 국가채무 등 재정 적자를 해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발언자들은 “이번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은 중국 산업 전반에 타격을 가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고, 미국 내 제조업과 전략적 통제권을 회복하면서 기술 패권까지 확보하려는 목표가 있는 구조적 개입”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번 관세정책은 ‘통제의 귀환’”이라며 “미국의 국가부채가 33조 달러라는 구조적 위기가 그 핵심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금리 인상, 증세, 복지 축소 모두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 밖의 전략들을 본능적으로 동원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무역정책이 아닌 체제 수준의 대응이라는 분석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이날 발표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관세정책이 성공하려면 중국의 보복조치, 채권·자본시장이 받을 충격, GDP·인플레이션 등 경제적 충격, 내년 11월에 있을 미 중간선거 이후 가해질 정치 충격, 지정학적 충격 등 다섯 가지 충격을 극복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가 조기협상국 리스트에 든 것은 긍정적이지만, 조기 협상국들 중에서도 늦게 협상에 임하면서 다른 나라들이 제시하는 옵션 중 무엇이 트럼프 정부에 효과가 있는지를 살펴 트럼프 정부의 관심사가 중국 대응인지, 돈 그 자체인지를 판단한 뒤 기존에 여·야가 고수해오던 스탠스를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맞춤형 전략생존전략을 짜야 한다”며 “일본을 모델로 삼으면서 호주·영국 등과 전략적 파트너로서 발맞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협상을 빨리 시작하고 나중에 타국이 우리보다 유리한 조항으로 협상할 경우를 대비한 안전장치를 걸어놔야 한다”고 분석하면서 “미국의 자국중심주의는 계속 유효할 것이므로 패키지딜(무역·대미투자·에너지·기술협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날 좌담회에선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과 그 대응에 대한 논의가 주로 오갔다. 박종희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지난 2일 발표된 미국 트럼프행정부의 관세(개별 품목 관세와 한국에 대한 25% 관세 포함)는 한국의 대미수출품 1386개 품목에서 약 204.1억 달러(GDP의 약 1.2%)의 손실을 야기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국가미래전략원의 연구에 따르면 자동차 및 부품(손실률 28.2%), 기계류(손실률 25.5%), 전기기기, 유기화학제품, 플라스틱류 등의 산업이 손실률 20~35%의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무역 분쟁에서는 중국이 더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분석했다. 2024년 기준 중국은 미국 수출품에 대한 수입취약성이 14%(232억 달러)인 반면, 미국은 중국 수출품에 대한 수입취약성이 49%(2,297억 달러)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산업별 맞춤 전략, 수출시장 다변화, 기업 경쟁력 강화, 통상 협상력 제고 등의 대응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국가별 차등관세와 품목별 일반 관세의 피해에 대해 투트랙으로 접근해, 국가별 차등관세에 대해서는 미국과의 양자 협상 채널을 통해 25% 관세 삭감을 추진하고 품목별 일반 관세에 대해서는 미국 무역법 232조 적용 대상 품목에서 한국의 주요 수출품의 예외조항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에 박지형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제1원칙인 비차별조항(최혜국대우에 기반한 관세부과)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정책인 만큼 결국 WTO의 실질적 탈퇴를 의미한다고 진단하면서 “한국은 트럼프 1기 미중 관세전쟁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과의 신속한 양자협상을 통해 상호관세를 현행 25%에서 보편관세 10%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하며,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통한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를 추구하고 세계적 과잉생산에 대비해 무역위원회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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