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샤’ 캡처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샤’ 캡처

2012년 사법시험서 만 20세 나이 최연소 합격

“이게 맞나? 평생 일을 해야 하는데” 회의감

둘째 출산 후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입학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관장한 이래 최연소 합격자로 화제를 모았던 박지원(여·33) 씨가 8년간 다닌 법무법인 김앤장을 그만두고 통번역대학원 입학이라는 새로운 진로를 선택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다.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서울대 재학생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토디오 샤’에는 최근 ‘20세 사법고시 합격자가 김앤장을 그만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의 주인공은 2012년 실시된 제54회 사법시험에서 만 20세의 나이로 최연소 합격의 명예를 안은 박지원 씨다.

박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을 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002년 법무부가 사법시험을 관장한 이래 최연소였다.

박 씨는 ‘역대 최연소 사법시험 합격자’ 타이틀에 관해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욕심이 과했던 것 같다”며 “친구들은 91년생인데, 저는 92년 3월생인데도 한 해 일찍 학교를 들어갔다”고 했다. 이어 “다른 최연소 합격자들과 같이 대학교 3학년 때 시험에 붙었는데, 한 살 더 어렸어서 그런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누리게 됐다”고 말했다.

박 씨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사법시험을 공부했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일단 경영대에 가서 바로 사법시험 준비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2학년 때부터 준비해서 3학년 때 합격했다”면서 “고시공부에 대한 목적은 부모님에 의한 거긴 했지만, 일단 내가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상 어떻게든 빨리 붙어서 이 괴로운 고시생활을 청산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컸다. 하루라도 빨리 붙어서 다시 자유를 찾아야겠다는 일념으로 공부해서 운 좋게 빨리 합격했다”고 전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박씨는 “경제적으로 수입도 많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며 “큰 고민 없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입사했다”고 했다. 박 씨는 8년 동안 김앤장에서 일하면서 결혼하고, 아이도 두 명 얻었다.

하지만 고민이 이어졌다. 박 씨는 “부모님이 시켜서 공부했다가 운 좋게 사시에 붙었고, 연수원에서 적당히 공부하고 어리니까 김앤장에 가게 됐다”며 “일하면서 ‘이게 맞나? 평생 일을 해야 하는데 이런 마인드로 내가 앞으로 30~40년을 더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통역사와 협업하면서 박 씨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원래 언어에 대한 깊은 관심과 애정이 있었다”며 “그걸로 어떤 직업을 할 수 있는지 알지도 못했고, 고민해볼 계기조차 없었는데 통역하는 걸 보면서 ‘나도 즐기면서 일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2022년 둘째 출산 후 조리원에서 2주를 지내고 집에 오자마자 통번역대학원 입학을 위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박 씨는 “평생 원치 않는 직업을 해야 될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열망이 불타올랐다”며 “고시 때처럼 공부했더니 대학원에 붙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박 씨는 김앤장 변호사에서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학생이 됐다. 박 씨는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모르는 게 더 큰 문제다”면서 “기회를 많이 열고 이것저것 시도해본다면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임정환 기자
임정환

임정환 기자

디지털콘텐츠부 /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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