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흐의 귀, 퀴리의 골수
수지 에지 지음│이미정 옮김│타인의사유

세계적인 유명인의 신체 부위를 통해 인간의 몸에 대한 숭배와 혐오라는 이중적인 시선을 풀어냈다.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의 신체는 늘 수집과 전시의 대상이었다. 셰익스피어의 머리뼈, 아인슈타인의 뇌, 나폴레옹의 음경까지. 듣기만 해도 수집가와 학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않았겠는가. 이들은 죽은 아인슈타인의 뇌와 히틀러의 고환 등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천재의 뇌가 평범한 사람과 어떻게 다른지, 잔혹한 학살자의 성정이 어디서 비롯됐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그 시도는 별다른 수확 없이 끝났다. 시체에서 신체 일부를 떼어내는 행위는 고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벌어졌다. 자신의 머리를 전시해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의 공포를 극복하길 바랐던 영국의 철학자 제러미 벤담은 예외다. 참으로 공리주의자다운 행보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의 신체 부위는 오늘날까지 전시장 한 곳을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과학사 박물관에는 천문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가운뎃손가락이 치켜세워져 있다. 이단으로 몰리고 가택 연금형에 처해지면서까지 지동설을 주장했던 그의 의지만큼이나 꼿꼿한 모습으로 말이다. 그런가 하면 때때로 전시품은 제3세계에 대한 조롱과 혐오를 담고 있다. 여전히 유럽에 남아 있는 마오리족의 머리와 1970년대까지 프랑스 파리 박물관에 놓여 있었던 아프리카 여성 사라 바트만의 뼈와 성기 등이 그렇다.
이외에도 초기 형태의 치아 교정기를 착용해야만 했던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연, 빅토리아 여왕의 겨드랑이에 생긴 종기를 치료했던 외과 의사 조지프 리스터의 업적 등 신체 일부에 얽힌 역사적·과학적 이야기를 엿볼 수 있다. 320쪽, 2만2000원.
김유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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