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시풍경

사진·글 = 문호남 기자 moonhn@munhwa.com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 앞 좁은 골목, 일명 ‘토끼굴’은 오랫동안 흡연자들의 아지트였습니다. 담배 연기와 침, 쓰레기로 가득했던 이 공간은 보행자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도시의 사각지대였습니다.

그러나 이 골목은 2024 강남대로 랜드마크 거리조성 사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습니다. 구와 시는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 토끼굴에서 영감을 받아 골목을 재구성했습니다.

숲을 뛰노는 토끼 조형물들이 설치됐고, 시민들은 마치 7세 소녀 앨리스처럼 그 사이를 경쾌한 발걸음으로 지나갑니다. 어둡고 불쾌했던 공간은 푸릇푸릇한 녹음과 예술적 요소가 어우러진 시민들의 휴식처가 됐습니다.

회피하고 싶었던 토끼굴은 이제 누구나 찾고 싶은 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지능형 CCTV와 비상벨 설치로 안전이 강화됐고, 깔끔한 경관으로 흡연을 줄이는 효과까지 불러왔습니다.

강남역 토끼굴의 변화는 단순한 미관 개선을 넘어, 도시 디자인이 사람의 행동과 문화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도심 곳곳의 불쾌하고 불편한 사각지대들이 차차 개선되기를 바랍니다.

문호남 기자
문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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