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미학
최태화 지음│책과함께

일본의 3대 전통 미학 중 서민들의 미의식으로 꼽히는 ‘이키’의 기원과 변천을 조명한 책이다. 국립군산대 일어일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키’의 발현과 대중문화로서 지위를 획득하기까지의 과정을 파고든다.
책에 따르면 이키는 고대로부터 이어진 귀족들의 미의식 ‘모노노아와레’(物の哀れ)나 메이지시대 주목받은 무사 계급의 미의식 ‘와비사비’(侘び寂び)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이키는 시끌벅적하고 요란하며 화려한 느낌이다. 모노노아와레와 와비사비가 지배 계급의 미의식을 반영한 고급문화라면 이키는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서민들의 취향을 담고 있다.
이키의 토대가 된 계층은 현재 도쿄 도심부에 해당하는 에도(江戶)를 중심으로 활동하던 상인이나 장인, 특히 에도 토박이 ‘에돗코’들이었다. 즉, 에도 시대 종합 엔터테인먼트인 가부키, 연애 소설의 주인공들이 보여준 파격적인 행동과 가치관, 유곽인 요시와라를 중심으로 발달한 향락 산업의 소비자가 이키의 형성을 가속했다. 그러다 20세기 도쿄에서 그것은 점점 퇴색해 지난 유행, 혹은 추억으로만 남는 듯했다.
저자는 ‘2020 도쿄올림픽’을 전후로 이키가 부활했다고 주장한다. 일본은 2016년부터 ‘쿨 재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문화산업 수출에 힘을 쏟았는데 이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일본의 미학도 바로 이키였다. 이른바, ‘모던 이키즘’. 도쿄스카이트리는 이것의 상징이기도 하다. 스카이트리는 도쿄타워의 빌딩 숲을 벗어나 에도 서민들의 중심지였던 옛 시타마치(상업지역)에 세워졌다. 224쪽, 1만8000원.
박동미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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