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쓸모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뮤진트리

프랑스 고등교육을 대표하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 정원은 54명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로 임용돼 미셸 푸코, 피에르 부르디외 등이 섰던 강단에 서는 것은 프랑스 학자들에겐 최고의 영예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이자 세계 최고의 프랑스어 연구 기관인 ‘아카데미 프랑세즈’의 회원인 저자는 문학의 쓸모를 옹호하며 강력하게 선언한다. “문학은 돈이 된다!”
하지만 글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것을 저자도 알고 있다. 과거에는 마르셀 프루스트와 같이 연금 생활자들이 글을 썼지만 글이 하나의 노동으로 인식되는 오늘날에는 교수, 기자, 편집자 등 월급 생활자들이 글을 쓴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문학은 어떻게 돈이 될까. 저자는 마치 말장난처럼 ‘사후에’라고 답한다. 불멸의 작품을 남기고 떠난 이들을 예로 들며, 거대한 저작권을 제시한다. 결국 아무리 우수한 문학 작품이라도 시간을 초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학은 당장에도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있다. 저자는 경제학, 사회학을 넘나들며 그 근거를 제시한다. 예리한 분석을 통해 도출된 이론이라도 문학적 수사가 곁들여질 때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다고 말한다. 도덕적 사회가 번영할 것 같지만 탐욕스럽고 사치스러운 지도층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는 ‘꿀벌의 우화’가 대표적이다.
나아가 성공한 정치인을 보더라도 문학적 소양은 필수 요소라고 말한다. 유권자는 책 읽는 지도자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책은 적재적소에 탁월한 비유와 유머를 활용할 줄 아는 정치인이 진정 대중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작가 또한 독서로 길러지는데 독서가 대단히 느린 행위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내놓는다. ‘오디오북’ 등 작가의 능력이 보다 빠르게 향상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논리정연한 책의 전개 속에 문학은 젊은 날의 천덕꾸러기 같은 꿈의 대상을 뛰어넘는다.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누구나 비슷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지금, 차별성을 만들어낼 감성의 힘이 문학에 있다. 240쪽, 1만8000원.
장상민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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