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 책

 

별에게

안녕달 글·그림│ 창비

안녕달 작가가 창작 10주년을 맞았다. 케이크 대신 백설기를 올려 축하하고 싶다. ‘수박 수영장’ 이후 담백하고 무해한 감성으로 이야기를 이어온 그의 작품에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한 맛이 배어 있다. 그래서 자꾸만 손이 간다. 신작 ‘별에게’도 그렇다. 따뜻한 떡을 나누듯, 이 이야기도 함께 나누고 싶다.

바다초등학교 정문 앞, 할머니가 머리에 인 대야를 내려놓는다. 하교하던 아이들이 모여든다. 작은 별이 가득하다. 개나리처럼 노란빛을 내뿜는다. 눈을 떼지 못하던 아이가 작은 별 하나를 집으로 데려간다. 머리에 꽃잎이 쌓이는 줄도 모른 채, 설렘에 찬 얼굴이다.

엄마는 어릴 때 기억을 들려준다. 별을 보름달만 하게 키운 이웃이 있었고, 별은 달빛을 받아야 잘 자란다고. 그 말을 들은 아이는 매일 밤 별을 데리고 산책을 나선다. 별과 함께하는 밤길엔 두려울 게 없다.

아이가 자라 독립을 한 뒤에도, 별은 엄마의 일상에 머문다. 밤낚시를 할 때도 귤을 딸 때도 엄마 곁을 조용히 지키며 빛을 비춘다.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별은 무럭무럭 자란다. 그리고 마침내 다 자란 별은 가족을 떠나 하늘로 올라갈 채비를 마친다.

별과 모녀는 서로를 살뜰히 아끼고 보살피며 함께 성장했다. 어느새 찾아온 이별의 순간도 오롯이 받아들이며 축복하는 마음을 전할 수 있었던 것은, 사랑하는 존재와 함께한 시간이 깊고 따뜻했기 때문이다. “네가 와서 집이 참 환해졌지.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별에게’는 어린 날의 기억을 불러내고 곁을 지켜주던 누군가의 온기를 떠올리게 한다. 비록 이제는 손에 닿지 않아도, 함께한 시간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는다. 별은 누구일까? 누구든, 무엇이든 따뜻했던 존재, 어쩌면 각자의 기억 속에 가장 빛나는 이름일 것이다. 64쪽, 1만6800원.

남지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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