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논설위원

대선 때가 되면 어김없이 나오는 말이 빅텐트와 단일화다. 이번 6·3 대선을 앞두고도 벌써 ‘빅텐트론’으로 시끌시끌하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예비후보의 기세가 워낙 압도적이다 보니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반(反)이재명’ 연대의 필요성이 더욱 절박해졌다. 이 후보를 반대하는 여러 세력이 하나의 텐트에 모여 연대를 형성하자는 의미이나 말처럼 쉽지 않다.
가장 성공적인 빅텐트는 3당 합당과 DJP연합이다. 1990년 1월 당시 집권당이던 민주정의당과 야당이던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이 3당 합당을 선언했다. 노태우 대통령과 김영삼·김종필(JP) 총재의 연대가 형성된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창당된 민주자유당은 1992년 제14대 대선에서 김영삼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질적인 3자가 한 텐트에 모인 것인데,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손을 잡은 것이다.
1997년 대선 때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JP의 DJP연합이 성사됐고, 여기에 TK의 박태준 전 포철 회장까지 합류하면서 DJT연합으로도 불린다. 두 빅텐트에 공통된 인물은 충청을 대표하는 JP. ‘충청 캐스팅보트’ 효과를 톡톡히 봤다. 최근에는 지난 2022년 제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가 김종인·이준석·안철수 등 다양한 세력을 포용해 내면서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0.73%P 차이로 간신히 이겼다. 이런 빅텐트가 없었다면 승리는 어려웠다. 당시 이 후보의 결정적 패인은 정의당의 심상정 후보와 단일화 실패로 보인다.
이번에도 국민의힘 후보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이낙연 전 총리,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등을 포괄하는 빅텐트 구성 주장이 나온다. 개헌이라는 공통분모로 모이자는 것인데, 만약 국민의힘 후보가 탄핵 반대파가 된다면 이준석, 이낙연 측이 함께하기는 어렵다. 한 대행과의 연합은 ‘스몰 텐트’에 불과하다.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식의 정치공학이 난무하지만, 뒤끝은 다 좋지 않았다. 3당 합당은 내각제 약속 파기로 사실상 깨졌고, DJP도 대북정책을 둘러싼 이견으로 갈라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준석·안철수와 결별했다. 빅텐트 구성도 결국 후보를 한 사람으로 정해야 하는데 이 또한 녹록지 않다. 다들 자기중심으로 뭉쳐야 한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누가 더 절박한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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