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들 여전히 ‘대피 신세’
5개 시군 2699채 필요한데
성토·기반시설작업 기약없어
이재민들 체육관·경로당 생활
지자체 “대상지 도로면적 좁아
분해-조립 거쳐야해 설치 난항“

영덕=글·사진 박천학·산청=박영수 기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만신창이가 됐습니다.”
17일 오후 경북 영덕군 지품면 원전·복곡·수암·신안리까지 10여㎞에 이르는 왕복 2차선 도로 주변으로 폭격을 맞은 듯 불에 탄 주택과 주유소, 창고 등이 곳곳에 보였다. 대형 트럭이 철거되는 주택 잔해물을 실어 나르느라 분주했고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복곡리 마을회관 옆엔 임시주택 1채가 놓여 있었다. 영덕군이 2022년 울진 산불 당시 이재민들이 사용한 것을 최근 다시 설치한 것이다. 이재민인 장모(76) 씨는 “임시주택 환경이 열악해 사는 게 아니다. 농기계도 제대로 임대가 안 돼 밭농사는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영덕군은 이곳을 포함해 7개 마을에 임시주택 11채를 우선 설치했다.
오는 21일로 영남 지역을 초토화시킨 동시다발 산불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되는 가운데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은 여전히 대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자신이 살던 곳에 새집을 마련해 돌아가기에 앞서 임시주택이라도 이용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이날 오후 안동시 일직면 권정생동화나라 운동장에선 자원봉사자들이 임시주택(18채)을 청소하느라 분주했다. 안동시에 따르면 이곳엔 18일 오후 4채, 19일 2채에 이재민이 입주한다. 시는 나머지는 대상자가 선정되면 입주시킬 계획이다.
경북에서 산불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5개 시군에서 2120가구 3501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각 시군이 임시주택 수요조사 결과 무려 2699채가 필요한 실정이다. 안동 936채, 영덕 890채, 청송 533채, 의성 241채, 영양 99채다. 안동의 경우 19일까지 입주하는 임시주택이 6채에 불과하고 의성·영양·청송 등은 아예 없는 등 이재민 입주율은 사실상 0%대에 머물고 있다. 불에 탄 주택 철거와 성토작업, 기반시설 공사 등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이재민 모두에게 임시주택이 공급되는 시점은 가늠하기가 어려워 보인다. 입주 후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임시주택은 한 채당 건축비용이 평균 3900만 원으로 총 1000억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이재민들은 체육관, 경로당, 마을회관, 호텔·모텔, 연수원, 교육시설, 빈집 등에서 기약 없이 생활하고 있다. 안동시 일직면 피모(66) 씨는 “집과 농기계 등이 모두 불에 타서 하나도 건진 게 없다”며 “세간살이도 없는 빈집을 쓰고 있어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쳤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 시군은 나름 임시주택 설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의성군은 안평면 창길2·3리에 임시주택 6채를 우선 설치 중이며 다음 주쯤 입주할 예정이다. 의성군 관계자는 “상당수 피해 주민들이 좁은 도로를 낀 산간 오지에 있다”며 “임시주택을 트럭으로 실어 나를 수 없어 분해한 뒤 다시 조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광열 영덕군수는 “오는 6월 말쯤 이재민들이 임시주택에 모두 입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하동 산불에 따른 이재민 16가구 26명도 산청군 선비문화연구원과 펜션에서 생활하고 있다. 경남도는 주거시설 피해가 확정되면 주택 복구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박영수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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