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선거는 국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임과 동시에 정당이 지지자들을 규합하고 유권자에게 당의 정체성을 알리는 기회다. 정당이 조직을 정비하고 당원의 단합과 유능함을 과시하는 기회가 선거다. 따라서 승패 구도와 관계없이 정당은 선거를 당의 정체성과 능력을 배양하는 계기로 만들고 차기 선거의 기반을 다질 수 있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은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탄핵의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친윤과 반윤이라는, 파면된 대통령을 기준으로 하는 경쟁 구도가 경선의 중심축이 된다면 대선 후보가 결정되더라도 당의 단결을 기대하긴 어렵다. 대선 승리 의지가 없는 정당으로 비칠 것이다.
이번 6·3 조기 대선이 대통령 탄핵에서 비롯됐고, 선거일로부터 불과 6개월 전에 계엄이 공포되고 대통령 파면 두 달 만에 치러지는 엄청난 사건이기 때문에 탄핵이 선거의 중심 이슈가 될 수밖에 없다. 그 파장과 엄중함으로 인해 탄핵 이슈는 유권자의 정당 지지에 영향을 미치고 대선 후보들의 탄핵 찬반 입장 역시 유권자의 투표 선택에 중요한 결정 요인이 된다. 탄핵으로 시작해서 탄핵으로 끝나는 대선이 될 것이다.
지난주 갤럽조사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안 인용에 대한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의견 분포는 찬성이 24%이고, 반대가 70%이다. 탄핵 반대 입장인 경선 후보가 국민의힘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그런데 헌재의 탄핵안 인용이 잘된 판결이라는 응답이 69%이고, 잘못된 판결이라는 의견은 25%에 그친다. 그러잖아도 국민의힘이 탄핵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은데, 여기에 더해 헌재의 탄핵 인용에 비판적인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면 본선에서 큰 표 차로 패할 것은 뻔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8년 전 제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후보는 550만 표 차이로 대패했다. 그때도 홍 후보는 ‘탄핵 반대’ 입장이었다. 이번 선거 상황은 그때보다 국민의힘에 훨씬 더 불리하다. 대통령의 탄핵 사유가 내란이라는 중대한 범죄로 기소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탄핵 찬반의 내부 갈등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이번 선거뿐 아니라 1년 뒤 지방선거에서도 탄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경쟁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탄핵 정당이라고 부르는 효과적인 비난거리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 대다수가 탄핵 반대라는 그늘에 숨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국민의힘을 지지하지만 탄핵을 찬성하는 사람 상당수가 당을 이탈했고, 탄핵에 반대하는 이들이 주로 남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자의 절대다수가 탄핵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탄핵 찬반 논란 속에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일수록 찬성 의견을 가진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당을 떠나고 정당 지지율은 반드시 낮아지게 된다.
이러한 과정이 계속되면 국민의힘은 진정한 보수 정당으로서의 면모를 잃게 된다. 예견하건대,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호한 결별을 하지 못한 채 대선을 치르고 탄핵을 반대하는 유권자 비율인 25% 정도의 득표에 그치게 된다면 끝내는 선거의 후유증으로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에 이를 수밖에 없게 된다. 2020년 9월에 창당된 국민의힘은 자칫 5년짜리 정당에 그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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