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정부, 긴급 권한쟁의 요청

 

하급심 결정 전국적용 여부 쟁점

행정명령의 위헌성 판단은 아냐

내달 15일 심리시작… 6월 결론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일부 판사들의 권한 행사 범위에 대한 심리를 내달 15일 시작한다. 해당 명령의 전국적 효력중지 가처분을 내린 하급심 판사들의 권한이 자신들의 관할지역으로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권한 쟁의’ 요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주게 될 경우 일부 지역에서 출생시민권이 즉시 제한될 수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17일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미 대법원은 이날 트럼프 행정부의 ‘긴급 요청’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출생시민권 제한 행정명령에 관한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이번 재판이 해당 명령의 위헌성 자체에 대한 것은 아니며, 명령의 효력을 중지시킨 일부 하급심 판사들의 권한 범위에 대한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워싱턴주, 메릴랜드주, 뉴햄프셔주, 매사추세츠주 소속 4명의 연방 판사가 민주당 소속 주지사가 있는 22개 주(州)와 워싱턴DC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에서 이 명령의 효력을 ‘전국적으로 중지하라’고 결정 내린 것이 적법한지 대법원이 들여다본다는 것이다. 이 판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이 위헌이라며 전국적으로 효력을 정지하도록 판결했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법원 한 곳의 결정이 전국에 적용되면서 연방정부의 정책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하급심의 결정은 소송을 제기한 개인과 주로 제한해야 한다고 반발해왔다. 미 법무부는 “하급심의 전국적 결정이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며 “(대)법원의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주장했다.

내달 심리를 시작하는 대법원은 6월쯤 최종 판단을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 폴리티코는 대법원이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인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면서 대법원 역시 이번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법원의 이번 결정이 출생시민권 제한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다면 소송이 이뤄지지 않은 나머지 지역에서는 출생시민권 제한 조치가 즉시 시행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불법 이민자 추방, 연방 공무원 해고 등 다른 분야에서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손을 들어준 적도 있고 하급심의 손을 들어준 적 역시 많아 대법원의 성향만을 가지고 이번 판결을 예측할 수는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출생시민권은 부모가 외국인이더라도 미국에서 태어나기만 하면 시민이 되는 제도로, 미 수정헌법 14조(미국에서 출생하거나 귀화한 모든 사람에게 시민권 부여)에 기반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당일(1월 20일) 행정명령을 통해 불법으로 체류하거나 영주권이 없는 외국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에 대해 출생시민권을 금지했다. 허가 없이 미국에 체류 중인 이들은 합법적인 신분이 아닌 만큼 수정헌법 14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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