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 간부들이 경기 하남시청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선 것은, 국가 인프라 구축과 관련한 님비(NIMBY)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우선, 하남시 측의 변전소 불허 몽니가 도를 넘었다. 동해안∼수도권 초고압 직류 송전선의 종착지인 동서울변전소의 증설과 설비 옥내 설치 불허 조치에 대해, 지난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가 취소했음에도 인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전자파·소음 등의 민원을 이유로 들지만 과학적으로는 괴담 수준이다. 테스트 결과 전자파가 생활 전자파보다 낮고, 설비 옥내화로 전자파를 55∼60%까지 줄일 수 있다는 한전 해명도 ‘소 귀에 경 읽기’다.

한전 송전선로 건설본부장은 지난 16일 ‘더 이상 늦출 수 없습니다’ 등의 호소문이 적힌 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벌였고, 17일엔 다른 간부가 나섰다. 총 280㎞인 이 송전선은 수도권에 밀집한 인공지능(AI)·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에 필수다. 주민 설득에만 10년 넘게 걸려 준공이 2019년에서 올 6월로 늦춰졌는데, 이젠 지자체 인허가 문제로 기능을 못 할 상황이다. 한전은 이에 따른 연간 3000억 원의 손실을 떠안았고, 동해안 민간 발전소는 송전선이 없어 가동률이 20∼30%에 그치는 실정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유사한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21년이나 걸렸던 북당진∼신탕정 송전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각 준공됐거나 공사 중인 사업이 26개나 된다. 다른 곳에서도 문제가 생길 우려가 크다. 국가기간전력망특별법이 9월 시행된다. 정부가 주민 설득·보상에 나서는 차원을 넘어 근본 대책도 함께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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