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 17일 기준금리를 2.75%로 동결하면서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분기엔 관세전쟁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그 충격이 예상보다 클 것이라는 경고다. 이창용 총재는 “관세 충격으로 갑자기 어두운 터널에 들어온 느낌”이라며 “경제 전망의 기본 시나리오조차 설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도 금리 동결을 한 것은 환율 방어와 부동산 불안 때문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환율에 대해 “국내 정치적 안정이 회복되지 않았고, 수출 의존도가 높아 미 관세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며 급변동 가능성을 지적했다.

미·중 관세 전쟁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H20에 이어 AMD와 인텔의 인공지능(AI) 칩의 대중 수출도 통제했다. 인도·뉴질랜드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경기가 충격을 받기 전에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있다. 한은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 1.5%의 하향 조정과 함께 5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환율과 부동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통화정책이 제약받는다면 재정으로라도 급한 불을 꺼야 할 비상 상황이다. 이 총재도 “12조 원 추가경정예산을 하면 경제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다”며 조기 추경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18일 국무회의를 열어 추경안을 심의한 뒤 곧 국회에 제출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이견 없는 과제로 추경안을 마련했다”면서 “정치적 고려 없이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전체 12조2000억 원 중 통상 대응 및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에 4조 원만 배정된 건 아쉽다. 관세와 정치 리스크가 예상을 뛰어넘는 만큼 국회 심의에서 증액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생지원금 고집으로 추경 처리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 일본 자민당도 현금을 살포하려다 일주일 만에 포기했다. 추경의 규모보다 속도가 중요한 때다. 통상 국회 심의에 한 달쯤 걸리지만 최대한 서둘러 통과시켜 경기 회복 마중물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조기 추경 처리는 경제가 정치와 분리돼 운영된다는 신호로서, 국제 신인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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