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관련 풍문에 증시 요동

이재명 테마주 지목 ‘상지건설’

10일 연속 오르며 1000% 올라

경고·위험종목 지정 ‘거래정지’

금감원, 대선 때까지 특별 단속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서 정치 테마주들이 넘쳐나고 있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투자자들이 낭패를 볼 가능성이 커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업체인 ‘상지건설’은 지난 17일까지 10거래일 연속 상한가(가격제한폭 30%)를 기록했다. 지난 10일과 15일은 경고·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매매거래가 정지될 정도로 투자자 관심을 끌었다. 이 기간 주가는 1000%가 넘게 올랐다. 10배 이상 오른 주가를 증권가에선 꿈의 수익률 ‘텐배거(Ten bagger·10루타)’라고 부른다. 상지건설 주가가 이렇게 급등한 것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테마주로 묶였기 때문이다. 상지건설의 전 사외이사가 이 전 대표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재명 테마주가 됐다. 금융감독원이 공지한 상지건설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3년 372억 원 흑자에서 지난해에는 267억 원 적자로 전환된 상태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상지건설은 전장 대비 28.22% 뛴 5만6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조기 대선이 본격적으로 경선 레이스에 돌입하면서 유력 대권주자와 관련이 있다고 소문난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을 치고 있다. 특히, 상지건설처럼 유력 대권후보로 꼽히는 이 전 대표 관련 테마주들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여권에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와 관련이 있다고 소문난 기업들 주가가 널뛰고 있다. 범보수 대선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한 대행이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대표적 한덕수 테마주로 꼽히는 ‘시공테크’ 주가는 보름 사이 162% 넘게 치솟았다. 시공테크는 주가 변동성 확대로 경고·위험 종목으로 지정되면서 이날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시공테크는 최대주주인 박기석 회장이 과거 한 대행과 함께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한 이력이 알려지면서 테마주가 됐다.

테마주를 따라 고수익을 기대해 주식을 사들이는 투자자가 적지 않지만 단기 이벤트에 따른 주가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주가 상승에 따라 기존 전환사채(CB) 투자자가 CB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대량 매도 물량(오버행)이 나오는 등 별다른 이유 없이 상승한 기업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빈번히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던 ‘에르코스’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지난 14일 20억 원어치 에르코스 CB를 보통주로 전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에르코스 주가는 12% 넘게 하락했다.

정치 테마주 투자가 만연하면서 금융당국도 특별단속반을 운영하며 불공정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 12월에 가동한 정치 테마주 특별단속반을 6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병남 기자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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