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장애인의 날’… 교원들 토로
서울시교육청 지원예산 감축에
‘점자정보 단말기’까지 직접 구매
야근땐 수업준비 보조원도 없어

“시각장애인으로서 어렵게 교원 자격증을 따서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됐지만, 열악한 장애 교원들의 업무 환경을 보면 마치 사회가 ‘장애인은 교원으로 서지 말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 오남중에서 만난 박준범(30) 교사의 토로다. 5세 전에 시력을 잃은 박 교사는 6년 차 중학교 영어 교사다.
5교시 시작종이 울리자 박 교사의 업무지원인 장모(37) 씨는 수업에 필요한 노트북 컴퓨터와 활동지를 챙기고, 박 교사의 팔꿈치를 잡은 채 4층에 위치한 교실로 움직였다. 장 씨는 앞을 보지 못하는 박 교사를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세팅하고, 아이들이 써낸 답변을 읽어주는 등 수업 내내 대학 조교처럼 움직였다. 박 교사는 점자단말기를 두드리며 아이들과 소통했다. 이 반 학생 천모(15) 군은 “처음에는 장애인 선생님이 들어오셔서 당황스러웠고 수업이 잘 진행될지 걱정됐지만, 두 선생님이 ‘듀오’로 움직이니 오히려 수업이 재밌고 더 집중하게 됐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날 취재진이 지켜본 박 교사의 교사 생활은 비장애 교사보다 곱절은 힘들었다. 장애 교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지원이 여전히 부족한 탓이다. 업무지원 인력은 계약상 학기 중, 학교 정규 업무시간에만 일할 수 있다. 교사들이 신학기 준비와 업무 정산을 해야 하는 방학 기간이나 야근·연수 때는 지원 공백이 발생한다. 박 교사는 “일상생활을 도와주는 장애인 활동지원사에게 업무를 도와달라고 부탁하거나 따로 사비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매달 40만 원씩 써서 개인적으로 업무 도우미를 고용하는 선생님도 봤다”고 말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애 교원 지원 예산까지 줄었다.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장교조)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의 교사 1인당 업무지원인력 예산은 2023년 2700만 원에서 올해 2000만 원으로 700만 원 감축됐다. 당국은 뒤늦게 650만 원을 추가경정예산으로 신청했지만, 교사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글자를 점자로 변환해 읽어주는 600만 원 상당의 점자정보단말기도 교사 본인이 10%(60만 원)를 부담해 구매해야 하는 실정이다. 박 교사는 대학 졸업 때 한 시민단체에서 받은 단말기를 7년이 지난 지금도 쓰고 있다.
전문가들은 장애 교원들을 위해 전담 부서 설치와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원호 단국대 특수교육과 교수는 “장애교원센터 같은 책임 부서를 만들어 장애 교원 지원을 일원화하고 예산 확보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이재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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