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500억원 규모 육군 다목적 무인차량 최고 성능 아닌 제안서 서류만으로 평가

각 업체가 제안서 증빙 목적으로 사설 공인기관 각자 진행한 성능시험 결과만 인정

최고성능 확인 만큼은 방사청이 직접 해서 공정성 담보해야…법적 시비 자초할 수도

지난달 12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2025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의 일환으로 실시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활용 한미연합 대량파괴무기(WMD) 제거훈련에서, 25사단 장병들과 다목적 무인차량이 장애물을 개척하며 전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달 12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2025 자유의 방패(FS) 연합연습의 일환으로 실시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활용 한미연합 대량파괴무기(WMD) 제거훈련에서, 25사단 장병들과 다목적 무인차량이 장애물을 개척하며 전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위사업청이 주관하는 500억 원 규모 육군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이 성능 평가방식을 둘러싸고 공정성 시비에 휘말렸다.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은 신속시범획득사업의 하나로 2026년까지 진행된다.

방사청은 성능 중심의 평가방식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최고성능’이 아닌 제안서 서류만으로 사업을 마무리지으려 한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현대로템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시제품. 현대로템 제공
현대로템이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시제품. 현대로템 제공

지난 13일 국회 국방위원회가 입수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2024년 4월 긴급공고가 난 이후 현재 입찰이 진행 중인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 사업에서 입찰업체들의 다목적 무인차량 ‘최고성능’을 비교 평가하는 방식을 두고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작전 시 감시·정찰·전투·물자이송의 다양한 작전과 임무수행을 하는 지상 플랫폼으로 미래전장에서 아군의 인명 피해 최소화를 목적으로 개발 중인 차세대 무기체계이자 육군이 처음 전력화하는 무인체계다. 첫 양산 규모는 500억원대이지만, 후속사업과 해외시장까지 고려하면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다목적 무인차량은 육군의 국방개혁 ‘아미타이거(Army Tiger) 4.0’ 프로젝트의 핵심 전력으로 인공지능(AI)과 4차산업혁명 신기술이 들어 간 장비들을 도입하는 것이다.

방사청은 다목적 무인차량 사업을 담당하면서 최종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최고 성능 확인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갑작스레 최고성능은 입찰 참여 때 제출한 제안서 수치를 우선시한다는 방침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이는 참여 업체들이 제안서에 증빙할 목적으로 자체 진행해 온 성능시험만 인정하겠다는 통보로 받아들여졌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한 다목적 무인차량 아리온스멧.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방사청은 애초 ‘최고 성능’ 검증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혼선을 빚었다. 사업을 주관하는 방사청은 동일한 환경과 조건에서 객관적으로 차량을 비교 평가한 최고성능 확인 결과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어서 졸속 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즉 각 업체가 제안서에 증빙할 목적으로 자체 진행한 성능시험 결과만 인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방사청이 동일한 환경과 조건에서 객관적으로 차량을 비교 평가한 최고성능 확인 결과는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구매사업에서 서류전형은 하지만 면접 전형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경쟁업체들 입장은 상이하다. 제안서만 평가하자는 업체와 최고 성능 확인을 하자는 업체로 입장이 나뉜다.

일반적 기준으로 보면 객관적인 조건에서 장비성능을 확인하자는 업체 측 입장이 합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다목적 무인차량 구매 사업의 절차는 제안서 평가를 시작으로 구매시험평가,최고성능 확인 및 협상을 거쳐 기종 선정을 하는 단계로 구분된다. 방사청은 중간의 두 단계를 건너 뛰고 기종선정을 한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특히 참여업체들은 각각 자체 선정한 공인인증기관에서 발급한 무인차량 성능을 제안서에 첨부해 제출하도록 돼 있다. 육군 시험평가단은 작전수행성능을 충족하는지만 시험평가하게 된다.

이와관련 최고성능 확인 만큼은 육군 시험평가단 단계를 거쳐 방사청이 직접 해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불만이 제기된다.

최고성능 확인은 성능평가 중 가장 중요한 과정에 속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사청은 제안서의 성능을 초과하면 인정하지 않겠다는 갑작스런 통보를 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제안서에서 제시해 놓은 최고속도, 주행거리, 중량 등을 기준으로 하고, 이후의 최고성능 확인에서 초과성능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기본 절차를 근본적으로 무시한 행태로 불공정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즉, 방사청의 확인 절차에서 나온 최고성능 수치가 제안서에 기재된 수치를 상회하더라도 이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업체들에게 최고성능 확인 절차 전 갑작스럽게 통보돼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와관련 실물 평가 기준을 제시하지 않던 방사청은 돌연 서류 평가를 우선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물 평가를 하되 기존 제안서에 담긴 내용보다 성능이 안 좋게 나올 경우에만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안서에 최고 시속 40㎞라고 기재된 제품의 성능을 실제로 측정해 최고 시속 60㎞가 나와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논리다. ‘성능’을 강조한 이번 사업의 성격에 부합하지 않는 방식으로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업체들의 제안서는 주관적이거나 객관적인 평가가 각각 혼재돼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노면 상태와 환경에서 평가를 하거나 이와 반대로 노면 상태가 나쁜 환경에서 평가를 하면 각자의 성능을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각 업체가 제안서에 기재한 차량 성능은 업체마다 각자 다른 노면 상태와 환경에서 진행한 주행성능 결과로 직접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제안서에 증빙할 자체 시험성능을 공인해준 인증기관도 국가공인이 아닌 사설기관으로, 업체별로 평가방식이 상이해 평가의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을 자초할 것으로 우려된다.

방위사업법시행령 제27조와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제73조에 따르면 방사청이 구 매시험평가를 진행할 때 업체의 시제품이 존재한다면 제안서만 보고 평가하는 ‘자료에 의한 평가’가 아닌 ‘실물에 의한 평가’가 원칙이다.

최대성능에 대한 신뢰성 있는 상대비교 평가를 위해서는 동일한 시험조건(시험도로, 환경, 방법 등)으로 수행된 시험결과 를 활용하여 상대비교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각각 시제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실물 평가는 필수적이다. 그동안 방사청은 최고성능을 확인하는 절차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갑자기 최고성능이 아닌 최소성능 만을 확인한다는, 정반대의 방침으로 선회했다.

엄효식 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이번에 발생한 문제는 방사청이 애초에 평가 방식과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아 촉발된 것”이라며 “어느 한 쪽이 지게 되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방사청은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도록 기준과 방법, 절차 등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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