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eadership - 조직역사 정립하는 광용스님

106주년 3·1절이었던 지난달 1일,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는 조금 낯선 뮤지컬이 공연됐다.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와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가 함께 준비한 ‘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사진). 3·1절을 전후해 총 6회 공연한 뮤지컬에 대해 광용 스님은 "독립을 위해 소리 없이 헌신한 비구니 스님들이 적지 않다. 그분들의 활약을 재조명했다"고 의의를 전했다.

비구니승가는 1700년 한국불교의 단단한 한 축이지만, 관련 자료가 제대로 정리돼 있지 않다. 이에 비구니회 주도로 ‘비구니인물사전 디지털아카이브’ 사업이 진행됐고, 작년 5월 편찬보고회 때 2부 행사로서 짧은 뮤지컬을 선보이게 된 것.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눈물을 흘리는 등 반응이 뜨거웠고, 올해 일반 관람객들을 위한 공연으로까지 확장됐다. 결과는 전 공연 만석으로 대흥행. 광용 스님은 "독립운동사에서 대표 인물들만 기억되는 상황이 안타까웠는데, 문화 콘텐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꼈다"고 했다.

작품 속 비구니 스님들의 면면을 살피면, 한국 비구니승가의 역동성과 생명력에 탄복하게 되고, 얼마나 많은 비구니 스님들이 우리 역사에서 지워졌는지도 알 수 있다. 옥수동 미타사의 비구니 스님 40인은 불교계 중 가장 앞서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했다. 상근 스님은 민족 대표 33인 중 한용운, 백용성 스님 등을 도운 숨은 조력자였다. 보각 스님은 유관순과 함께 3·1 만세운동에 적극 참여했고, 이후 상해임시정부에서 활동했다. 또, 옥봉 스님은 독립운동 자금 조달책이자 연락책이었다.

비구니회의 한국 비구니승가 자료 발굴·정리, 콘텐츠화 작업은 다양한 경로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산하의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가 최근 펴낸 ‘역사 속 한국비구니’(민족사)는 40종이 넘는 고문헌을 바탕으로 한국 비구니승가의 위상과 역할, 존재와 역사를 밝혔다. 1700년 불교역사 최초로 비구니의 활동과 역사를 정리해 주목받았다.

박동미 기자
박동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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