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헌법소원은 공권력 행사가 위법하다고 누구나 청구할 수 있는 민중소송이 아니다. 공권력 행사로 자신의 기본권을 현재 직접 침해받은 사람만이 청구할 수 있는 주관적 소송이다. 그리고 가처분신청은 적법한 헌법소원 청구를 전제로 하는 종속적인 소송이다. 그런데도 헌재는 2024년 12월 9일 포고령 1호의 위법성을 다투는 헌법소원심판 청구인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포고령 1호에 대한 헌법소원이 적법하려면 청구인이 포고령 1호 위반으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거나 처벌 받았어야 한다. 그런 일이 없는 청구인의 헌법소원은 민중소송이어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당연히 각하했어야 했다.

헌재는 이 부적법한 헌법소원을 4개월째 각하하지 않으면서 이 헌법소원이 아직 계속 중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헌법재판관 2인을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명한 행위의 효력을 정지하는 결정을 했다. 법리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헌재의 확립된 판례에 따르더라도 가처분 결정은, 헌법소원의 원인이 되는 공권력 행사를 그대로 유지시킴으로 인해 생길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고 그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한다. 이번 가처분 결정은 이 요건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소원 자체가 부적법해서 승소 가능성은 전혀 없다. 또, 비상계엄 선포 후 6시간 만의 해제로 헌법소원의 권리보호 이익과 심판 이익은 이미 소멸한 상태다.

포고령 헌법소원을 논외로 하더라도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전혀 헌법소원 대상이 아니다.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으로 자신의 재판 받을 권리가 현재 직접 침해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 대행의 재판관 지명은 완결된 공권력 행사가 아니어서 그 자체로 기본권을 침해할 수 없다. 지명된 사람의 재판관임명이 예상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미래의 일이므로 헌법소원의 적법요건인 현재성을 충족하지 못한다. 또,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 몫의 재판관을 지명하지 말라는 명시적인 헌법 규정도 없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권한 범위는 다툼이 있는 사항이다. 따라서 재판관이 임명된다 해도 그 재판관이 법률에 의한 재판관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그런데도 헌재는 전례 없이 초고속으로 일주일 만에 본안 헌법소원과 직접적인 관련성도 없고 적법성도 갖추지 못해 각하해야 할 헌법소원의 가처분 신청을 서둘러 인용했다. 헌법재판의 이름으로 정치재판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정치재판의 목적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사법 리스크에 시달리는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리한 법적인 환경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다.

그렇지만 헌재가 아무리 불법적인 정치재판을 해도 그가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길은 없다. 우리 헌법(제68조 제2항)은 ‘대통령 당선자가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의 판결은 대통령의 재직 중 형사상 소추특권조항(제84조)과 연계해서 대통령 취임 전에 진행 중인 재판의 판결을 뜻한다. 그 결과 대법원에 계류 중인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의 재판을 대선 후에 중단한다면 대법원이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헌법학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6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