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영 체육부 차장

약 한 달 전, 프로야구 NC가 홈구장으로 쓰는 창원NC파크에서 경기장 구조물이 추락해 3명 사상자가 발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수만 관중이 모여 있던 현장은 삽시간에 핏빛의 아비규환으로 바뀌고 말았다.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은 자매가 참변을 당했다. 먹을거리를 사려던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언니는 사망했고, 10대인 동생은 쇄골과 늑골 골절 수술을 받는 중상을 당했다.

야구 경기는 본질적으로 파울볼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위험성도 크다. 그간 야구를 관람하다 심정지로 사망하거나 파울볼에 맞아 크게 다친 일은 있었지만, 야구장 내 안전사고로 사망자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그런데 이번 사고가 부끄럽고 참담한 것은 천재지변으로 말미암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인재(人災)다. 과거 대형 사고 때마다 숱하게 지적된 취약한 안전의식, 허술한 시설 관리 등이 판박이처럼 되풀이됐다.

요즘 오래된 구장들을 찾는 관중들은 “불안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18일 SSG와 LG의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만난 한 관중은 “창원에서 안타까운 관중 사망사고 이후 지은 지 오래된 야구장을 찾는 게 꺼려지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현재 국내에 1군이 쓰는 9개 구장 중 지은 지 20년이 넘는 구장은 LG와 두산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잠실구장(1982년)과 롯데의 홈구장인 사직구장(1985년), SSG가 쓰는 인천SSG랜더스필드(2002년)까지 세 곳이다. 특히, 1980년대 개장한 야구장 건물들 곳곳에 균열이 생긴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어이없는 사고가 또다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안전사고는 예방이 상책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의미가 없다. 같은 프로야구장이라 하더라도 구단이나 구장마다 안전 매뉴얼이 다르고, 매뉴얼 내용 또한 부실하다. 야구장 등 체육시설엔 안전 기준만 있을 뿐, 그 이하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 적용 가능한 치밀한 현장 안전 매뉴얼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아울러 경기장 야외 구조물에 대한 설계·시공·관리 기준도 점검해야 한다. 상당한 무게에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 시공하고 관리 경고문 등을 부착해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경기장 안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한다. 프로야구 경기장을 둔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점검도 잇따를 전망이다. 형식은 필요 없다. 트집 잡기식 대응이 아니라 야구장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확고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 기존 대책에 허점은 없는지, 안전사고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구조적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살피길 바란다.

프로야구는 최근 인기가 절정이다. 올해도 현재 분위기면 1000만 관중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KBO뿐 아니라 야구계 구성원 모두가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할 때이다.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팬들은 발길을 돌릴 것이다. 안전한 야구장은 개인의 관심이나 경각심만으론 이룰 수 없다. 이번 참사를 부끄럽게 여기고 인재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데에 합심해야 한다. 지금 같아서야 어디 마음 놓고 야구장을 찾을 수 있겠는가.

정세영 체육부 차장
정세영 체육부 차장
정세영 기자
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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