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의 막이 올랐지만, 흥행·통합과 역주행하는 어이없는 모습을 보인다. 8명의 1차 토론이 지난 주말 끝나고 21∼22일 여론조사를 거쳐 4명으로 압축된다. 경선 룰 설계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현재 국힘 모습은 대선 승리보다 패배 뒤 ‘떡고물 챙기기’나 하려는 꼼수 경연장으로 비칠 만큼 절박감도 호소력도 없다. 보수 정치의 회생과 대통합을 위한 비전은 안 보이고,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서로 삿대질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다. 4강전이 되면 바뀔 것으로 보기도 힘들다.
자당 출신 대통령의 계엄과 탄핵으로 치러지는 대선인 만큼 더욱 절박감과 비전을 보였어야 했다. 그러나 당 주최 후보 토론은 형식과 내용 모두 수준 이하다. 탄핵 찬·반 공방만 오갔고, 윤석열 전 대통령 수렁에 더 빠져들었다. ‘키 높이 구두’ 등 한심한 인신 공격만 난무했다. ‘한덕수 출마론’ ‘윤 신당설’도 흥행을 가로막는 변수다. 안철수 후보는 나경원·김문수·홍준표 후보를 향해 “전광훈당으로 가서 경선을 치르라” 했고, 나 후보는 “내부 총질로 경선판을 흐린다”고 맞받았다. 계엄에 대해서도 홍 후보는 “2시간 해프닝”이라고 했고, 나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탄핵을 선동해 이 지경이 됐다”고 했다. 한 후보는 “우리 당 대통령이 했더라도 계엄은 불법”이라고 반박했다.
중도 확장을 기대했던 오세훈 서울시장과 유승민 전 의원이 불출마 하는 바람에 탄핵 반대파의 목소리만 커지면서 ‘계엄 옹호’ 이미지가 짙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윤 전 대통령은 ‘윤 어게인’ 신당을 주창했던 인사 2명을 서초동 사저로 불러 식사를 했다. 전광훈 목사는 “이재명 당선시키면 시켰지 국민의힘 후보는 절대 안 된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윤 대통령을 자유통일당으로 모셔오겠다”고 했다. 보수 정치세력의 지리멸렬은 결과적으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거드는 자해극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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