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아부 외교’가 ‘굴욕 외교’로 비화해 망신을 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 일본의 관세 협상대표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을 백악관으로 불러 “대일 무역적자(685억 달러)를 제로로 만들고 싶다”고 압박했다. “미국은 일본을 지키는데 일본은 아무것도 부담하지 않는다”며 직접 관세와 안보를 연계한 ‘원스톱 쇼핑’ 의지를 드러냈다. 여기에 아카자와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MAGA’ 모자를 쓴 사진을 백악관이 배포해 파문이 확산됐다. 아카자와 장관은 자신을 낮춰 ‘가쿠시타(格下)’라 표현했다고 한다. 일본 국내에서 트럼프 대통령 변칙에 휘말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도 24일부터 양국 재무·통상 장관 간의 ‘2+2’ 관세 협상에 들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식·채권 시장의 발작, 지지율 하락 등 역풍에 다급해진 상황이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한국을 압박하는 속도전과 함께 어떤 변칙을 구사할지 모른다. 그는 “동맹들이 종종 적보다 더 나쁘다”며 거래 상대로 여기고, 특히 한국은 ‘머니 머신’으로 불렀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미국과 맞서 싸우지 않겠다”고 밝혀 우리 패를 너무 많이 보여준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불렀다. 이미 야당은 “대선 출마를 위해 졸속 협상에 임할 수 있다”며 비난한다.

미국에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조선 분야 협력, 비관세 장벽 완화 등의 양보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한국은 대미 무역흑자의 대부분을 미국 현지에 재투자했고, 2023년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국방예산이 국내총생산(GDP)의 2.8%로 높고, 2030년까지 방위비 분담금 협정도 완료한 상태다. 로마는 ‘천천히 서둘러라(Festina lente)’를 최고의 군사·외교 전략으로 삼았다.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 변칙에 휘둘리지 말고 최종 결정은 한 달여 뒤 출범할 새 정부에 맡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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