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설이는 ‘부산 바닥 민심’
“국힘, 이번에 될 수가 있겠나”
대선 앞둔 시장 곳곳서 ‘냉기’
“이재명 찍어주자니 고민은 돼”
젊은층서도 지지 정당 엇갈려

부산=글·사진 서종민·이시영 기자
“인자는 (더불어)민주당으로 함 바까보까.”
20일 오후 찾은 부산 사하구 괴정시장. 11년째 과일 장사를 하고 있다는 황모(63) 씨는 “여태 민주당 투표는 안 해봤다”면서도 “이번만큼은 국민의힘에 표를 주면 안 된다는 거야, 내 아들 말이 그래”라고 했다. 황 씨가 매대에 올려둔 휴대전화에서는 같은 시간 서울에서 열리고 있던 국민의힘 1차 예비경선 토론회가 중계되고 있었다. 국민의힘 예비후보 중 밀어줄 사람이 있는지 묻자 황 씨는 “누가 (대통령 선거 후보가) 되나 봐야지”라며 고민에 잠긴 얼굴이었다.
6·3 대선을 앞둔 부산 ‘낙동강 벨트’ 민심은 국민의힘에 성이 나 있었다. 주말인데도 인적이 드문 시장 곳곳마다 냉기가 감돌았고, 6·3 대선보다는 불경기에 대한 성토 목소리가 더 컸다. 칼국수 면을 자르고 있던 한모(69) 씨는 “계엄, 탄핵 난리를 치고 코로나 때보다 시장에 사람이 더 안 오는데, 국민의힘이 이번에 될 수가 있겠나”라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재명 민주당 경선 후보의 이름 앞에서 한 씨는 멈칫했다. “이재명이는 국회의원, 도지사도 했고 경험은 많지만 찍어주자니 고민은 된다”며 “김경수는 아직 어리고 때가 아닌 것 같은데”라고 했다.
장모(55) 씨는 “부산 사람들이 말은 이래 해 싸도, 국민의힘 후보가 누가 어떻게 되는지 가만 보고 있는 기다”라고 했다. 장 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잘못은 했지만서도, 민주당 마음대로 저래 끌어내릴 거면은 뭐를 한다고 투표를 하느냐 카는 마음이 다들 있다”고 귀띔했다. 작은 격차나마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국민의힘 지지세를 민주당이 뒤집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라는 것이다.
다대포해수욕장 인근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박모(72) 씨는 “이재명이를 사람들이 와 지지하는지 내는 절대 이해를 몬한다”면서 “김동연이가 (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오면 뽑아줄 텐데”라고 했다. 국민의힘 쪽에 대해서는 “탄핵이다 뭐다, 장사가 안 돼 진짜 죽겠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3년 차 카페 사장 이모(39) 씨는 “윤석열이 정치를 할 줄 몰라서 계엄으로 다 엎어버렸다”며 “정치로, 말로 (민주당과) 싸울 줄 아는 사람을 뽑을 생각”이라고 했다. 상가번영회장 윤모(77) 씨는 “국회에서 여야를 삐등(비슷)하게 만들어주야 하는 긴데 한쪽이 방망이 3번 땅땅땅 두드리고 다 치아뿌면, 뭐가 되겠노”라며 민주당을 비판했다.
낙동강 벨트를 잇는 사상구에서 만난 이모(76) 씨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이 씨는 “계엄 이후에는 장사가 엉망”이라며 “지금 (대선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이재명이 경력이 제일 많지 않나”라고 했다. 반면 박모(63) 씨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를 꼽으며 “그나마 나은 것 같다”며 “비상시국이 된 만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마무리를 좀 하는 게 좋지 않겠나 싶다”고 했다.
젊은층 의견도 갈렸다. 부산서부버스터미널에서 만난 정모(25) 씨는 “이재명은 전과자 이미지 때문에 뽑기가 꺼려진다”며 홍준표 국민의힘 경선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유모(26) 씨는 “이재명 후보가 여성 관련 정책을 내놓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라며 “이재명을 보고 투표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이 여성 친화적 느낌이 있어서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서종민 기자, 이시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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