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천동 아파트 화재… 7명 사상
오토바이엔 기름통까지 발견돼
사건전 인근 아파트서 화재신고
중상70~80대 여성 2명 전신화상

화염 뒤덮인 아파트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에서 큰불이 나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치는 등 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해당 사망자를 농약살포기로 추정되는 도구로 불을 지른 용의자와 동일인으로 파악했다. 극단적 선택을 결심한 방화 용의자가 원한관계 등 뚜렷한 범행 동기 없이 이웃 아파트에까지 ‘묻지 마 방화’를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소방당국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17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지상 21층 규모인 한 아파트 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4층에서 1명이 불에 타 숨졌고, 4층에서 지상으로 추락한 70∼80대 여성 2명도 전신에 화상을 입는 등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 밖에 4명의 경상자가 발생했다. 사상자와 별도로 연기를 흡입한 주민 7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불을 낸 방화 용의자가 아파트 4층 복도에서 숨진 채 발견된 변사자와 동일인이라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불에 탄 변사체의 지문을 확인해본 결과 방화 용의자로 추정하던 사람과 동일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용의자는 불을 내기 전, 본인이 거주하던 해당 아파트 인근 빌라에 유서를 남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서는 “엄마 미안하다”는 내용으로, 딸에게는 “할머니 잘 모셔라”는 당부를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용의자는 유서와 함께 “이 돈은 병원비 하라”며 현금 5만 원을 놓아두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용의자는 방화 도구로 액체를 넣어 발화할 수 있는 농약살포기 형태의 토치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살펴보면, 흰색 모자와 마스크를 쓴 용의자가 흰 통에 담긴 액체와 농약살포기 모양의 기구를 연결해 불을 붙이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용의자가 사용한 오토바이 뒷좌석에서는 기름통이 발견됐다. 또 아파트 화재 15분 전에 발생한 인근 빌라 앞 쓰레기더미에서 발생한 화재도 동일인의 범행으로 확인됐다. 방화를 앞둔 사전 준비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이날 오전 8시 30분 재난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소방 인원 153명과 장비 45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오전 9시 54분쯤 불은 완전히 진화됐다.
이날 취재진이 찾은 화재 현장 4층은 천장이 시커먼 재로 뒤덮인 상태로 옷걸이 등이 불에 녹아내린 모습이었다. 환풍구도 재로 뒤덮였다.
화재가 발생한 동 주민 오모(49) 씨는 “얼결에 몸만 빠져나오면서 탈출했다”며 “베란다 문을 열어놨는데 누가 뚝 떨어져서 깜짝 놀랐고, 여성 분이 속옷 차림으로 나뭇가지에 걸려서 살려 달라고 소리 지르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재희 기자, 노수빈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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