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연구진이 최첨단 관측 기법을 활용해 약 50억년 전 페르세우스 은하단에서 발생한 거대한 충돌의 흔적을 세계 최초로 찾아냈다. 이는 그간 학계의 통설을 뒤집는 결과라 관심을 끌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지명국 천문우주학과 교수 연구팀이 중력렌즈 관측 기법을 활용해 페르세우스 은하단 인근에 대량의 암흑물질 덩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태양 질량의 약 600조 배에 이르는 초대형 은하단이다. 그간 천문학계에선 충돌의 뚜렷한 흔적이 없어 ‘완전히 안정된 은하단’의 교과서적인 사례로 여겨왔다. 하지만 최근 고해상도 관측 기술이 발전하며 은하단 내부 곳곳에서 미세한 충돌 징후가 포착돼, 학계에선 충돌 상대를 찾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지명국 교수 연구팀은 일본 국립천문대의 스바루 망원경 심층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 중력렌즈 효과를 정밀 분석했다. 중력렌즈 효과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큰 천체가 가진 중력이 시공간을 휘게 만들어, 그 뒤에 있는 은하의 빛이 휘어지는 현상이다. 중력렌즈 효과를 분석하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가진 암흑물질 분포를 파악할 수 있다.
연구 결과, 페르세우스 은하단 중심에서 약 140만 광년 떨어진 위치에 태양 질량 200조 배 규모의 암흑물질 덩어리가 존재하며 은하단 본체와 마치 다리처럼 연결된 것이 확인됐다. 이는 두 천체가 과거 실제로 충돌했다는 근거로 풀이된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암흑물질 구조가 약 50억년 전 페르세우스 은하단과 충돌을 일으켰으며, 그 흔적이 현재 은하단의 구조에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안정된 은하단의 전형으로 여겨졌던 페르세우스 은하단이 실제로는 격렬한 충돌의 흔적을 간직한 상태라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준다”며 “충돌하는 은하단의 구조를 통해 암흑물질 분포와 성질을 역추적할 수 있는 방법론적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암흑물질의 정체를 밝히는 데에도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 밝혔다.
지명국 교수는 “그동안 페르세우스 은하단은 안정된 상태로 인식돼 왔지만, 이번 연구는 그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은하단 충돌 과정에서 입자 가속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후속 시뮬레이션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혁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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