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해동의 미국 경제 읽기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임 압박을 견딜 수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의 파월 Fed 의장에 대한 사임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사임 압박 이유는 금리를 빨리 인하하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파월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촉구하면서 “파월의 임기는 빨리 종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Fed의 독립성은 폴 볼커 의장(12대·1979∼1987년) 시절에 확립됐다는 평가가 많다. 볼커 의장은 당시 미국 경제에 만연한 부실을 걷어내기 위해 정책금리를 20% 수준까지 급격히 올렸다. 볼커 의장 시절 금리 인상은 주택담보대출을 위주로 하는 저축대부조합(S&L)의 대규모 파산을 불렀고, 사상 최대의 공적자금 조성으로 이어졌다.
볼커 의장 시절, 미국 대통령이 볼커 의장에게 직접 전화해 “금리 인상을 멈추라”고 압박한 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볼커 의장은 대통령의 말을 뿌리치고 금리 인상을 이어나갔다. 이때부터 Fed의 ‘미국 정부 내에서 독립(independent within the government)’이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가 많다.
미국 대통령이 Fed 의장을 지명하기는 하지만, 마땅한 이유가 없는 한 임기 중인 Fed 의장을 자의적으로 해임할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다. 따라서 임기가 1년여 남은 파월 의장이 3연임에 연연하지만 않는다면 Fed의 독립성까지 희생시켜 가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굴복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금융가에서는 Fed 의장 교체에 따른 리스크(위험)를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1979년 볼커 의장 취임 직후 채권시장이 흔들렸고, 볼커 의장의 후임자인 앨런 그린스펀 의장 취임 2개월 후인 1987년 10월 전 세계 주가가 대폭락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가 발생했다. 벤 버냉키 의장의 경우에도 2006년 2월 취임 직후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문제가 불거져 나오더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됐다.
물론 Fed 의장이 바뀐다고 반드시 글로벌 금융시장에 위기가 온다고 볼 수는 없다. 다만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면, Fed 의장이 바뀐 뒤 세계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린 사례가 있기 때문에 Fed 의장의 거취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조해동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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