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104t에 불과… 세계 38위

11년째 금 매입안해 순위하락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고강도 관세 정책과 유예를 잇달아 발표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쏠림 현상이 강해지고 있다. 국제 금값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각국 중앙은행은 대표 안전자산인 금을 적극 사들이고 있는 반면, 한국은행은 11년째 금을 추가로 매입하지 않아 금 보유량 순위가 하락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주요 40개국의 세계 중앙은행들은 외환보유액 중 금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2024년 말 기준 미국은 8133.5t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유하고 있다. 외환보유액 대비 금의 비중이 75%에 달했다. 이어 독일(3351.5t), 이탈리아(2451.8t), 프랑스(2347.0t), 러시아(2335.9t)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은 외환보유액 대비 금의 비중이 70%에 달했다. 중국의 금 보유량은 2279.6t으로 세계 6위 수준으로 작년 한 해에만 33.9t을 추가로 사들여 러시아와의 격차를 좁혔다. 지난해 폴란드는 89.5t, 튀르키예는 74.8t, 인도는 72.6t 등을 사들여 상대적으로 다른 국가들보다 많은 양을 매입했다. 세계금위원회는 “각국 중앙은행이 3년 연속으로 총 1000t이 넘는 금을 매입했다”며 “지난해 연간 투자액은 1186t으로 4년 만에 최고였고, 특히 4분기에만 333t에 달했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행은 변동성과 유동성을 들어 금 보유량 확대에 보수적이다. 한은은 2013년 이후 금을 매입하지 않고 104.4t을 유지 중이다. 2011년 40t, 2012년 30t, 2013년 20t 등 3년에 걸쳐 90t 금을 사들인 뒤 금 보유량에 변화를 주지 않고 있다. 당시 금 매입은 미 달러화에 대한 지나친 편중에 따른 부작용을 고려한 외환보유액 다변화라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한은이 금 추가 매입에 나서지 않으면서 금 보유량 순위는 2013년 세계 32위에서 2022년 36위까지 내려갔다. 지난해에도 두 계단이 미끄러져 38위에 랭크됐다. 국제통화기금(IMF·3위)과 유럽중앙은행(ECB·13위)을 포함하면 40위까지 밀린다. 한국의 전체 외환보유액 중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4.6%)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종혜 기자
이종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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