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Window - ‘불안의 시대, 금쪽같은 금’ … 각국 보관 어떻게

 

Fed 지하 금고 6331t 금 보관

대부분 다른국가 중앙銀이 주인

美정부 소유분 포트녹스에 보관

 

英 중앙銀 보관규모 세계 2번째

러·中은 모든 금 자국내에 보관

 

관세전쟁 탓 잇단 金 송환 행렬

獨, Fed내 1200t금괴인출 추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관세 전쟁을 벌이면서 금의 가치가 다시 한 번 주목받고 있다. 기축통화 역할을 하며 금과 함께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던 달러 가치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정책 혼선 등으로 하락하면서 금 수요가 다시 부각하고 있는 것이다. 커지는 불확실성 속에 믿을 건 결국 ‘금’이란 인식이 커지면서 해외 금고에 보관된 금을 자국으로 송환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며 베일에 감춰진 세계 금 보관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금 저장고는 미국과 영국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금을 보관하고 있는 저장고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건물 지하에 있다. 금융중심지인 뉴욕 맨해튼 33번가에 위치한 Fed 건물 지하 금고에는 2024년 기준 약 6331t에 달하는 50만7000개의 금괴가 보관돼 있다. 1990년대 출시됐던 액션영화 ‘다이하드 3’에서 범죄 일당이 테러를 가장해 금괴를 훔치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세계에 가장 큰 금 보관소로 알려지게 됐다. 맨해튼 섬 지하의 단단한 화강암 바위에 둘러싸여 있는 이 금고는 지하 80피트(24m)에 위치해 있으며 90t의 강철 문과 함께 3중 보안 잠금장치가 있는 특수 캐비닛이 설치돼 진입 자체가 어렵다. 특히 소리와 동작 센서까지 설치돼 있을 뿐 아니라 폭탄에도 끄떡없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금고로 불린다. 관리·감독도 엄격해 금고 직원 2명과 Fed 감사 직원 1명 등 3명이 참석해야만 금고문을 열 수 있다. 해당 금괴의 주인은 대부분 다른 국가 중앙은행이다. 미국 정부가 보유한 금괴는 5%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트녹스 내부 모습. 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처
포트녹스 내부 모습. 비즈니스 인사이더 캡처

대신 미국 정부가 보유한 대부분 금괴는 켄터키주 루이빌 남쪽에 있는 육군 기지인 포트 녹스(Fort Knox)에 보관돼 있다. 군 기지지만, 통상 금괴 보유고로 불린다. 이곳엔 미 정부 금 보유량의 절반가량인 4583t의 금이 저장돼 있다. 2차대전 때는 미국 헌법, 독립선언서 원문 등 미국의 각종 보물도 보관했다. 포트 녹스는 두께 50㎝ 이상 강철로 만들어졌으며 문 무게만 22t에 달해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워낙 보안이 철저해 89년 역사상 단 두 차례만 개방된 탓에 음모론이 끊이질 않는 장소이기도 하다.

Fed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금 저장고는 영국 런던 금융 중심지에 위치한 영국 중앙은행 지하에 있다. 이 지하 금고에는 5134t에 달하는 약 40만 개의 금괴가 보관돼 있다. 이는 영국이 소유한 금 전부와 약 30개국 중앙은행이 맡긴 금을 합친 규모다. 지하에는 2층에 걸쳐 10개의 금고가 설치돼 있으며 금속 프레임과 나무 받침대로 만들어진 용기에 금괴가 1t(금괴 약 80개)씩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이 보유한 금 전량(104.4t)도 이곳에 보관돼 있다. 런던에 국제 금 거래소가 있어 운송비용이 절감되고 거래 용이성이 좋다는 점에서 많은 국가가 금 보관 장소로 선호하고 있다.

◇자국에 직접 보관하는 국가도 = 세계 많은 국가가 미국과 영국에 금을 보관하고 있지만, 자국 내에 자체 금 저장소를 만들어 금을 보관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서방에서는 프랑스가 대표적이다. 프랑스는 파리 1구에 있는 파리 중앙은행 지하에 ‘라 수테렌(La Souterraine)’이란 명칭의 지하 금고에 금을 보관하고 있다. 1920년대에 만들어진 이 금고는 지하 수십m의 깊이에 두꺼운 철문과 최고 수준의 경비 시스템을 갖춰 보안 수준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는 한때 자국의 금을 영국과 미국에 분산 보관한 적이 있으나 금에 대한 주권 확보와 비상시 대응력 강화 차원에서 모든 금을 자국으로 이송해 왔다. 독일도 자국 내 금 저장소를 가지고 있다. 다만 금 대부분은 미국에 있고 일부만 자국에 보관하고 있다. 이외에 스페인,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도 자체 금 저장소를 두고 있다.

반(反)서방 블록의 양대 산맥인 러시아와 중국은 보유한 모든 금을 자국 내 두고 있다. 달러 자산 의존도 감소와 국제사회 제재 대응을 위해 금을 전략자산으로 분류해 자국 내 보관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금은 모스크바에 위치한 러시아 중앙은행 본사 지하와 예카테린부르크,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주요 도시의 중앙은행 지점에 분산 보관돼 있다. 워낙 극비 사항이라 금고 사진이나 상세 위치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 역시 금 보관 장소 등을 비밀에 부치고 있지만 베이징(北京) 런민(人民)은행 건물 인근에 설치된 국가전략금고에 분산 보관돼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군사적·산업적 보안지구인 쓰촨(四川)성과 하이난(海南)성에도 일부 보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전쟁에 금 본국 송환 진풍경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금 보관 시장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과 우방국에도 무차별적인 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깨진 국가들이 금 반환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독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홀대와 예측 불가능성을 우려해 Fed에 맡겨 놓은 1200t의 금괴를 유럽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 유럽 국가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위기 상황 대응을 위해 해외에 보관하고 있는 자국 금을 본국으로 옮기는 추세인데 관세 전쟁 영향으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미국에서는 관세 전쟁의 여파로 금에도 관세가 붙을지를 우려해 금괴를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기는 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과 런던에 본사를 둔 HSBC 등 월가 대형은행들이 이러한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주요 은행의 금 거래자들은 대서양을 건너 런던의 금 상가나 스위스의 제련소를 찾아가 금괴를 매입한 뒤 이를 항공기로 뉴욕으로 수송해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혜진 기자
황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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