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겸 동국대 명예교수·헌법학
헌법재판소는 사법부에 속하지 않고 사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헌법기관이다. 헌재는 입법·사법·행정에 속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헌법상 독립기관이라고도 한다. 헌법은 헌재에 다섯 종류의 헌법재판을 위임하면서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토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관 3인은 국회가 선출하고 3인은 대법원장이 지명하여 대통령이 임명토록 규정한다.
다만, 입법·사법·행정부에서 각 3인의 재판관 후보를 대통령에게 추천토록 하고 있다.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은,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과 국회 및 대법원장에 의한 각 3인의 재판관 후보에 대해 임명권을 행사한다.
재판관 임명권은 헌법이 명문으로 위임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은 이 규정에서 국가원수와 행정부 수반을 구분하지 않는다. 헌재의 탄핵심판으로 대통령이 궐위된 이상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대행으로 새 대통령이 선출될 때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해야 한다.
물론 국민이 선거를 통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것과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임명한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민주적 정당성이란 관점에서 차이를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헌법은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이를 구분하려면 헌법에 명문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은 다음과 같은 헌법상 권한만 행사할 수 있다’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의 재판관 임명권은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에게 주어진 헌법상 권한으로, 그 행사로 인해 다른 헌법 규정을 위반하거나 충돌함으로써 위헌성이 발생하지 않는 한 제한할 수 없다. 그런데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판관 임명권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은 차치하더라도, 그 효력정지 가처분 청구를 인용함으로써 헌법의 내용을 창조했다. 헌재는 헌법 해석기관이므로 헌법 해석을 통해 헌법의 내용을 만들거나 효력을 자의적으로 확대·제한해선 안 된다.
과거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의 권한대행은 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런데 얼마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되고 있을 때는 국회가 선출한 3인의 재판관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임명을 요구했다. 당시 국회는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해 ‘국무총리 정족수’를 적용해 탄핵소추를 의결했다. 이런 논리라면 국회는 국무총리만 탄핵소추한 것이고 국가원수로서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소추한 것이 아닌 셈이다.
국회는 지난 17일,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통령 몫 재판관 임명권을 제한하고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재판관의 임기를 연장하는 헌법재판소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헌법 제66조 제1항, 제71조, 제111조 제2항 및 제112조 제1항을 위반하고 있다. 법률로 헌법의 내용을 변경하는 것은 헌법의 최고 규범성을 침해하며 법치국가 원리의 헌법 우위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다. 국가권력을 규정한 헌법의 조항들은 있는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지 이를 정치적·자의적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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