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되고 약한 이들에게 다가갔던 ‘빈자의 성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 깊은 울림을 남기고 선종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남미(아르헨티나) 출신인 교황은 청빈한 삶과 사랑·포용·화해와 평화를 실천했던 큰 영적 지도자였다. 교황의 상징인 금제 십자가 목걸이 대신 철제 십자가 목걸이를 걸었고 교황 전용 숙소를 마다하고 일반 사제의 공공 숙소인 산타 마르타의 집에 기거했다.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2014년 한국을 방문하는 등 한반도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여주었다. 당시 방탄차 대신 소형차 쏘울을 타고 낡은 구두와 가죽가방을 직접 든 모습은 우리 사회에 아름다운 충격을 안겼다. 자신의 장례는 화려하고 특별한 의식 없이 소박하게 치르고 싶다는 유언도 남겼다. 이민자와 난민, 미혼자의 자녀와 동성애자를 포용했다. 그러면서도 “하느님은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신다”며 가톨릭 개혁에는 단호했다. 성직자 성폭력 등 교회의 과거사 청산도 외면하지 않았다. 전 세계 60여 개국을 다니며 물신주의를 비판했고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을 촉구하는 등 세계 평화를 위해 애썼다.

2013년 취임 미사에서 “짙은 어둠이 닥쳐와도 희망의 빛을 찾아야 한다”고 했던 교황은 줄곧 희망의 길을 만들었다. 선종 하루 전날인 20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휠체어를 타고 인사한 교황은 마지막이 된 축복 메시지를 남겼다. “우리 모두 하느님의 자녀이다. 우리와 가깝지 않거나 관습이나 삶의 방식, 사상이 다른 이에게도 신뢰와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영감을 깊이 새기며 평안한 영면을 기원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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