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레이스에서 선두를 달리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21일 “집중 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포함한 상법 개정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자사주는 원칙 소각” “쪼개기 상장 때 모회사 개미에게 신주 우선 배정”도 약속했다. 지난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기업이 잘돼야 나라가 잘된다”고 했던 이 후보가 더 독한 상법 개정을 예고한 셈이다. 집중투표제가 되면 의결권을 한쪽에 몰아줘 소액주주 추천 이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크고,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 확대되면 대주주에 대항하는 감사위원이 늘어난다. 두 항목은 민주당이 최근 폐기된 상법 개정 초안에서조차 뺐던 내용이다.
이 전 대표가 기업 주도 성장에서 기업 옥죄기로 돌변한 것이다. 1400만 명 개미 투자자를 향해 “상법을 개정해 주가지수 5000시대를 열겠다”고 구애했다. 하지만 정부는 상장회사 중심의 자본시장법 개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기업들도 “소송 남발과 외국 투기자본의 먹튀를 부를 것”이라며 “상장 유지 비용도 12.8% 늘어날 것”이라고 반발한다. 그러나 최근 한화에어로 유상증자 파문이 다시 한번 빌미를 준 게 사실이다. 금융감독원조차 3조6000억 원 증자안과 2조3000억 원 수정 증자안 등을 두 차례 반려한 바 있다. 야당 의원들은 토론회를 열어 “한화 총수 일가를 위해 일반 주주를 희생시킨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전 대표가 대선에서 당선되면 더 이상 반(反)기업 입법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점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다시 노란봉투법”을 외치며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을 거듭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두 차례 대통령 거부권 행사로 힘겹게 막아왔던 법률안을 더 이상 제동을 걸기 어렵게 된다. 관세 전쟁으로 4월 1∼20일 대미 수출이 14% 격감한 위기 국면이다. 기초체력이 허약해진 기업들에 더 독한 상법으로 족쇄를 채우면 주가 하락은 물론 경제 전체가 무너진다. 국가 지도자를 꿈꾼다면, 경제를 살리려 한다면, 기업 옥죄기부터 중단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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