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중소기업-(上) 초불확실성에 휘청

 

여야 정치권의 주4일제 공약

중소기업 “도입되면 곡소리 날 것”

수출 중소기업 주문 속속 끊기고

고환율에 원자재값 부담 가중

전기료 정책 등 개선 기미 없어

국내 산업계의 토대를 이루는 중소기업의 경영 환경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경기는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미·중 관세 전쟁과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제 공약, 고환율까지 경영 부담을 가중시키는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인력난은 물론 중대재해처벌법·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증가 등 가뜩이나 어려운 현실에다 초(超)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 놓이면서 돌파구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중 99.9%를 차지한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해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804만2726개(2022년 말 기준)였고, 종사자는 1895만629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이 국내 산업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의 포퓰리즘 경쟁, 중기업계는 직격탄 = 최근 여야 정치권은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4.5일제(주4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국민의힘은 주4.5일제 근무제와 주52시간제 폐지를 대선 공약에 반영하겠다고 지난 14일 밝혔다. 월∼목요일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 일한 뒤 퇴근하는 주4.5일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현재 주당 40시간인 법정 근로시간(연장근로 제외)을 주당 36시간으로 줄이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여기에 더해 주당 32시간까지 줄여 주4일 근무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지난 2월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제로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기 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금도 현장에서는 정부 간담회 같은 게 있을 때마다 주52시간제 폐지를 요청하는 마당에 중소기업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주4.5일제를 적용하겠다고 나서겠다는 건 말도 안 된다”며 “지금도 악소리 나는데, (주4.5일제가 도입되면) 곡소리 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중 관세 전쟁, 무(無)대책이 대책 = 미국과 중국이 관세 부과를 놓고 치열한 다툼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중기업계는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알루미늄 가공회사인 A 사 관계자는 “이달 들어 미국 쪽 오더가 뚝 끊겼다”면서 “정부가 해줄 수 있는 게 현재는 없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대안을 찾고 있지만, 어느 하나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환율에 원자재 값 부담 가중 = 고환율도 중기 업계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기 때문이다. 중기중앙회가 지난 1월 14∼31일까지 중소기업 360개 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고환율 관련 중소기업 실태조사’에서 손익분기점 환율은 1334.6원으로 나왔다. 기업의 목표 영업이익 달성을 위한 ‘적정 환율’은 1304.0원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 중이다. 22일 오전 10시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6.5원이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1400원 이상으로 유지되고 있다.

◇중기 부담 정책, 개선 기미조차 없어 = 기업 경영을 어렵게 만든 요인으로 꼽힌 중대재해처벌법이나 산업용 전기요금 부담 가중은 개선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2년 1월 법 시행 이후 이뤄진 31건의 1심 판결 중 중소기업이 27건으로 87.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에 따르면 산업용 전기요금은 최근 2년 동안 75.8% 인상된 반면, 주택용은 37% 올랐다.

장석범 기자, 이예린 기자
장석범
이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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