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중앙은행 총재 회의 등 참석
파월 등 만나 불확실성 전망 교류
관세 충격·환율 변동성 등 가늠
금리인하 시기·경기전망치 조정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관세 전쟁 속에 미국을 방문 중인 이창용(사진) 한국은행 총재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일단 유예했지만 협상 불발 시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에 상당한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비롯해 세계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을 만나는 만큼 관세 전쟁에 대한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의 통화정책 관련 생각을 파악하는 게 이번 방미의 최대 과제로 다가온다.
22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그룹(WBG) 춘계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행 비행기에 올랐다. IMF의 세계경제전망(WEO) 등이 공개되는 가운데 주요국 재무부 및 중앙은행 수장의 최대 관심은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의 강도와 범위, 이로 인한 경제 충격이다.
이 총재의 최대 고민도 ‘관세전쟁 불확실성’에 있다. 수출 중심 구조인 한국 경제에 있어 주요국 관세 인상에 따른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은 절대적이다. 이 총재의 고민은 시시각각 변하는 관세정책으로 인해 그 피해가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이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은 1.5%를 하회할 것”이라면서도 “그 폭이 얼마나 될지, 베이스라인(기준점)도 못 잡은 상황”이라고 심경을 털어놓은 바 있다.
실제, 한은이 내놓은 경제전망은 두 달도 안 돼 ‘무용지물’이 됐다. 한은은 올해 1.5% 성장을 전망할 당시만 해도 미국의 대(對)중국 관세율을 60%로, 나머지 무역적자 상위 국가에 대해서는 저율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관세율은 기본관세에 상호관세를 더해 145%에 이르렀고,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동맹국에 대한 상호관세율도 20%를 넘었다. 이 총재는 “대중국 관세율, 품목별 관세율, 10% 기본관세 등을 볼 때 1.5%를 전망한 2월 전망치는 너무 낙관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이 관세 협상을 이유로 한발 물러서 있지만, 당초 공언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한다면 실물경제 하방 압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는 것이 한은 내부의 진단이다. 한은은 5월 경기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수준에 따라 기준금리 인하 폭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 총재의 또 다른 고민은 ‘불안한 환율’이다. 환율 변동성이 크면 한·미 금리 격차 확대라는 시장 불안 요소도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관세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상승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이 총재 역시 이번 회의를 계기로 파월 의장 등과 교류하며 경제상황 인식 및 물가 전망, 기준금리 조정 시기 등을 파악하는 데 관심을 둘 것으로 보인다.
김지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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