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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무역적자 방치하다 발등에 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전쟁을 시작한 이유는 바로 미국의 고질적인 재정적자 문제 때문이다. 미국이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것은 여러 요인이 있지만, 기축통화인 달러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

23일 미 연방준비제도(Fed) 등에 따르면 미국은 역사적으로 재정적자 상태에 놓인 적이 여러 차례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지속적인 재정적자 구조로 전환된 시점은 1980년대부터다. 1980년 5900억 달러 규모였던 재정적자는 1983년 1조9500억 달러로 늘었고, 1992년에는 2조900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지난해의 경우 1조8300억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도 미국 재정적자의 한 원인이다. 미 달러화가 전 세계의 중심 통화로 거래되면서 미국은 달러를 찍어 해외에 유통시켜야 하는 입장이 됐다.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세계 각국이 달러를 마음껏 사용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미국은 달러를 충분히 공급해야 했다. 이는 미국이 재정적자에 처해도 달러를 발행해 재정지출을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미국은 무역적자를 보더라도 기축통화인 달러 덕분에 무역적자 개선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됐다. 이런 경제 구조는 결과적으로 미국이 경제 체질을 바꾸지 않아도 되는 유인을 제공했다. 재정지출 확대와 소비 중심의 성장모델이 반복되며, 생산기반의 약화와 무역적자는 고착화됐지만 기축통화국인 미국은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그러나 이 같은 악순환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는 없다. 미국이 무한정 찍어내던 국채를 더 이상 찍어내기 어려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국채는 만기가 되면 이자와 함께 되돌려줘야 하는 빚인 만큼, 국채를 발행하면 그만큼 미국이 다른 나라에 지불해야 하는 원리금도 불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미국의 국채 발행 한도가 36조1000억 달러이지만 지난 1월 이미 그 한도가 다 찼다.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는 미국 경제에 있어 ‘강점이자 약점’이라는 양면성을 갖는다”며 “지금은 재정적자 구조를 달러의 기축통화 특권이 뒷받침하고 있지만, 그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미국 경제는 대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환 기자
임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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