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음상담소

▶▶ 독자 고민
3년 전부터 알게 돼 마음이 잘 맞고 시시콜콜한 제 고민을 다 털어놓아 그 전에는 어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소중한 친구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얼마 전 그 사람의 고민에 대해 농담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한 것이 큰 상처가 됐던 것 같아요. 당장 제게 화를 낸 것은 아니고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졌는데, 평소 친구가 제 고민을 열심히 공감했는데, 저는 조롱하는 것 같아 자존감이 무너졌다고 해요. 피곤하고 바쁜 상태에서 소중한 친구에게 왜 그렇게 말했는지 스스로 이해가 안 가요. 하지만 그 친구와 지내면서 그동안 제가 그 친구에게 서운한 점도 있기에 억울함도 생기더라고요. 어떤 방식으로 사과하는 게 좋을까요? 이런 이유가 상대방에게 납득이 될까요?
A : 용서 할지 말지는 친구가 결정… 최선을 다해 진심으로 사과해야
▶▶ 솔루션
사과는 어렵고도 쉬운 것입니다. 솔직하게 상황을 얘기하는 것이 낫습니다. 거짓된 부분이 있다면 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내가 사과한다고 상대방이 반드시 용서할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진심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용서를 할지 말지는 상대방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자존심을 굽혔는데 과연 사과를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예측을 버려야 합니다. 현재 내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성공 가능성 예측이 아니라 최선을 다하는 태도입니다.
스스로를 위해서도 사과는 필요합니다. 소중한 관계에서 스스로 최선을 다한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사과의 목적 달성 여부를 너무 고민하지 않고 일단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라고 말하는 것이 맞습니다. 미안하다는 말을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고 그 관계가 나를 굽히는 것 이상 가치가 있을 때에만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이 정도로 해야 하나?”라는 질문을 통해 상대방 의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의도와 관계없이 상대방이 힘든 부분에 집중하고 공감하는 게 좋습니다. 사과를 내 의도를 설명하는 기회로 여겨서는 안 됩니다. 그보다는 상대방 감정을 듣고 공감의 지점을 찾는 기회로 여겨야 합니다. 관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당시에 내 상황이 어땠는지를 해명하는 것이 도움되는 경우도 있지만 너무 과해서는 곤란합니다. 그간 관계에 있어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지금 이런 상황에서 그런 부분을 얘기하면서 균형을 맞추려고 한다면 상대방 마음을 열기는 더 어려울 것입니다. 더 논리적이라고 더 효과적인 것은 아닙니다.

사실 뇌과학적으로는 용서하는 입장이 더 이롭습니다. 전전두엽을 사용해 상황을 관찰하고 향후 여러 가지 가능성을 판단해 변연계의 복수심을 차단할 때 가능한 행위입니다. 그러나 원리상 그렇다는 것이지 사과하는 입장에서 이런 것을 상대방에게 어필해선 절대 안 됩니다. 용서는 구할 수 있는 것이지 강요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진심을 다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받는 과정을 겪는다면 향후 그 관계는 더욱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뿐입니다.
하주원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홍보이사·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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