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동호 ‘문학의 집’ 신임 이사장

 

한강 노벨상 후 K문학 초관심

세종대왕 한글 창제 후 처음인듯

올 목표는 전국 네트워크 강화

‘문학의 집’ 내실 다지기에 총력

 

K문학 ‘디지털 플랫폼’ 최우선

시·소설 작품 플랫폼 게시하고

세계 어디서든 열람하게 해야

최동호 이사장은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이 위치한 남산 기슭(중구 예장동)에 대해 “남산을 둘러보는 여행 코스의 출발점이자 이완용과 데라우치의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현장인 ‘국치의 길’과 인접해 있다”며 “문학이 치유의 힘을 발휘해야 할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백동현 기자
최동호 이사장은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이 위치한 남산 기슭(중구 예장동)에 대해 “남산을 둘러보는 여행 코스의 출발점이자 이완용과 데라우치의 한일병합조약이 체결된 현장인 ‘국치의 길’과 인접해 있다”며 “문학이 치유의 힘을 발휘해야 할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백동현 기자

“한번 시작한 일은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한국문학이 세계의 중심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문학의 집이 앞장서겠습니다.”

최동호 사단법인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문학의 집) 신임 이사장은 지난 21일 서울 중구 문학의 집에서 문화일보와 만나 자신감 가득한 포부를 밝혔다. 시인이자 ‘서정시학’의 발행인으로 수많은 시집과 소설, 수필집을 만든 최 이사장은 고려대 국어국문과 명예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써 왔다. 2019년부터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3월 문학의 집 이사진은 총회를 통해 최 이사장을 제2대 이사장으로 선출했으며 4월 정기 이사회 개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최 이사장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문학이 세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조금 과장을 보태 말하면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이후 한국문학이 이토록 큰 관심을 받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문학을 향한 관심이 큰 만큼 문학의 집을 이끄는 이사장의 어깨로 짊어진 책임의 무게가 무겁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최 이사장은 이날 한국문학과 문학의 집이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세 가지 비전을 말했다. 올해 목표는 전국의 문학관에 연계 행사를 강화해 ‘전국 문학의 집 네트워크’를 정비해 완성하는 것이다. 문학 독자들 품으로 더욱 깊이 파고들어 문학의 집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과 후년에는 본격적으로 최 이사장이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에 본격 돌입한다. 최 이사장은 “‘한국문학 디지털 플랫폼’을 열겠다”고 이야기했다. 언뜻 듣기엔 논문과 서지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논문사이트 혹은 웹을 통해 문학을 감상할 수 있는 홈페이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최 이사장의 설명은 상상을 뛰어넘었다. “이제 한국문학을 한국인이 외국어로 번역해 출간을 의뢰하는 시대를 완벽히 넘어서야 해요. 외국인 원어 사용자들이 먼저 한국어를 배워 자신들의 말로 번역하는 시대를 만들어 내야죠.” 한국문학의 세계 진출 교두보를 디지털 플랫폼으로 마련한다는 것이다.

시와 소설을 비롯한 한국문학 작품의 2차 저작권을 얻어 플랫폼에 게시하고 세계 어디에서든지 열람할 수 있으며 플랫폼에 자신만의 번역본을 게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프랑스 파리와 마르세유 등에 강의를 다니며 느낀 것은 한국문학을 보고 싶고, 번역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원문을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에요. 이건 문학의 집이 해낼 수 있죠.”

마지막 비전은 현재 사단법인 상태로 서울시에서 제공한 토지의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문학의 집을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해 ‘문학의 집 한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시인과 소설가들의 동의를 얻는 일부터 문체부 산하 기관으로 등록을 마치는 것까지 필요한 예산과 인력 모두 만만찮아 보이는 계획이었다. 정말 그것이 가능하냐고 묻자 이사장은 “자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최 이사장은 제41대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지내던 시절을 회상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아 ‘동아시아시인대회’를 처음 개최할 때 모두가 내게 안 된다고 했어요. 처음에 5000만 원의 예산을 받아내고 완벽히 성공시켰죠. 이후 예산도 늘어났고 지금은 모두가 인정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안 될 건 없다고 생각해요.”

최 이사장이 제시한 비전은 한국시인협회 소속 시인들의 저작권 사용동의를 받으며 첫발을 뗐다. 최 이사장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해 최고의 결과물을 내면 나머지는 따라오게 돼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출판부장 하던 시절 출판계 최초로 ‘시어사전’ ‘소설어사전’을 냈어요. 누군가 내게 그러더군요. 국문과 교수라서 이공계 책을 안 만들어 주느냐고요. 그런데 그 책을 시작으로 출판부가 꽃피기 시작했습니다. 성공의 경험을 맛본 사람은 시작의 방법을 자연히 알게 됩니다.”(웃음)

■ 문학의 집·서울은…

‘자연을 사랑하는 문학의 집·서울’은 서울시와 산림청, 유한킴벌리가 함께 서울 남산 기슭에 2001년 마련한 공간이다. 김후란 시인이 초대 이사장을 맡아 20년 넘도록 이끌어 왔다. 국내외 문인이 함께 만나 작품을 탐구할 수 있는 ‘수요문학광장’ ‘서울문학인대회’ 등의 행사를 개최했다. 또한 다시 만나고 싶은 문인을 초청하는 자리와 세상을 떠난 문인과 그들의 작품을 추억하는 자리를 통해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기도 했다.

장상민 기자
장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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