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동권리옹호 Child First - 전북 선덕보육원 ‘몸 쑥쑥, 마음 쑥쑥’
보호아동 29명 ‘마음근력’ 강화
캠프와 산행 통해 체력 키우고
또래 간 의지하며 협동심 배워
자립 후 가장 중요한 ‘돈 관리’
적절 소비로 경제적 사고 습득
참여 청소년 ‘자기효능감’ 상승

사람은 어릴 적 기억으로 살아간다고들 한다. 산 정상에 끝까지 올라 냈을 때 성취감, 차곡차곡 모은 용돈이 든 저금통을 바라볼 때 뿌듯함,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며 느꼈던 즐거움과 개운함…. 이 모든 기억은 아이가 자라 어른이 되기까지, 홀로 살아갈 힘의 자양분이자 어려움을 헤쳐나갈 마음 근육으로 자리 잡는다.
‘2024 초록우산 공모사업’으로 지정된 전북 완주군 선덕보육원의 ‘몸 쑥쑥, 마음 쑥쑥’은 보호대상아동이 홀로 섰을 때 이 같은 ‘기억’을 품고 살아가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보호대상아동의 ‘마음 근력’을 강화해 진정한 홀로서기가 가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난해 3∼11월 △나의 자산 지키기 △대인관계 기술 집단상담 △산행 활동 △캠프 등의 세부 활동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보호대상아동 29명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중 한 명이 내년에 중학생이 되는 보호대상아동 A다. A가 이번 마음근력강화 프로그램 중 가장 좋아했던 활동은 바로 ‘등산’. 단순히 산을 오르고 내려오는 것뿐 아니라 함께 자연환경 보호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플로깅(plogging·체육 활동과 자연보호 활동을 함께하는 것) 활동도 함께해 더 의미가 있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A는 “산에 다녀오면 체력도 좋아지고, 머리도 맑아져 공부할 때 집중도 더 잘됐다”며 “보육원 활동이 없는 주말에는 TV를 보거나 멍하니 있었는데, 등산을 다녀온 다음엔 밥도 잘 먹고, 기분도 좋고, 키도 큰 것 같다. 마구 행복한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A뿐 아니라 다른 아이들도 등산 활동에 가장 큰 만족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체력을 소진하고, 정상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얻으며 자아 존중감·자신감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특히 서로서로 의지하며 산을 오르는 경험을 통해 협동심도 고취됐다고 아이들은 답했다.
보호대상아동에게 가장 중요한 ‘돈 관리 기술’도 핵심 활동 중 하나였다. 보호자 없이 홀로 서야 하는 아이들이 가장 배우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토큰’을 활용한 ‘돈 쓰기 체험 활동’을 하며 적절한 소비가 무엇인지 배웠고, 플리마켓 활동, 시장 나들이 등을 하며 교육·실용적 기술을 습득했다. 자립 이후 스스로 사회에 섞여야 하는 아이들을 위해 ‘나를 알고, 너를 알고’라는 사회적 기술 향상 활동도 진행됐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해 응대하는 것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도 적극 표현하게끔 교육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때 감정·행동을 조절하는 능력도 배울 수 있도록 플로깅과 같은 단체 활동 프로그램을 병행했다.

프로그램 전후로 진행한 평가에서 아이들은 모두 긍정적인 변화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돈 관리 기술평가 결과 초등부 아동의 경우 사전검사 평균 15점에서 프로그램 진행 후 18.8점으로 올랐고, 중·고등 및 연장아동(성인) 역시 사전(13.6점) 평가 때보다 사후 평가 시 22.3점으로 대폭 올랐다. 이 중 초등부 아동들은 ‘현금 사용 시 덧셈과 뺄셈을 할 수 있다’ 항목과 ‘나는 용돈 기입장을 기록한다’ 항목에서 각 3점 정도 상승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 연장아동들은 돈 관리·경제적 사고의 중요성을 깊이 이해하고, 경제적 자립성과 의사결정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평가됐다.
청소년 사회적기술평정척도(K-SSRS) 평가와 회복탄력성 척도 평가에서도 모두 향상된 결과가 나왔다. 특히 청소년들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능력, 자기 감정·행동을 조절하는 능력, 협동성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자기 효능감도 6점 만점에 사전검사 4.35점에서 사후 5.14점으로 큰 폭 상승했다. 보육원은 “자기효능감의 상승은 이번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이 자신감을 갖고 회복탄력성을 발휘하는 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보호대상아동의 자립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이와 같은 프로그램이 지속돼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육원 측은 “아동들의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돕기 위해 지속적 프로그램 운영이 필요하다”며 “아동들이 자립적 삶을 준비하고,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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