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UCLA대 캠퍼스 중심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지난해 4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UCLA대 캠퍼스 중심부에서 친팔레스타인 시위대와 친이스라엘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 AP 연합뉴스

미국에서 유대인을 상대로 한 반(反)유대적 혐오 사건(폭행, 괴롭힘, 기물파손 등)이 지난해 기준 10년간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수치에 대한 집계가 시작된 1979년 이래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지난해 미국 대학가를 휩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22일(현지시간) 미 액시오스에 따르면 미국 내 최대 유대인 단체인 ‘반명예훼손연맹’(Anti-Defamation League·ADL)는 이날 발간한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2024년 기준 미국 내 반유대 사건이 9354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수치는 기존 최고기록을 가지고 있던 2023년도보다 5% 증가한 것이며, 10년 전 대비 893% 오른 수치다. 조사에 따르면 보고된 사건 중 58%가 이스라엘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6500건 이상의 사건에서 반유대주의적 모욕 또는 비유적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보고서는 2600건 이상의 사건에서 낙서나 방화 등 기물 파손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ADL은 2024년 한해 대학 캠퍼스에서 1694건의 반유대주의 사건이 발생했다고도 밝혔다. 이는 2023년보다 84% 증가한 수치다. 이 같은 증가세는 지난해 컬럼비아대 등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진 친팔레스타인 시위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오렌 시걸 ADL 극단주의 대응 담당 및 정보 담당 수석 부사장은 “반유대 사건 증가는 가자 전쟁 이후 일시적인 것을 넘어 계속 지속되고 있다”며 “반유대주의는 미국에 거주하는 유대인 공동체가 마주한 현실로 다가와 버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부 유대인 지도자들은 오히려 대학가 시위를 빌미로 유학생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이들을 추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유대인들이 더 위험에 빠지고 있다고 짚기도 했다.

한편 ADL은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 자체는 반유대주의 사건으로 간주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이스라엘 파괴를 주장하거나 이스라엘에 대한 논의 중 반유대주의적 표현을 사용한 경우 해당 사건을 반유대주의 사건으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박상훈 기자
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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