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로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지난 19일, 중국에서 세계 최초의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하프마라톤대회가 열렸다. 21대가 참가해 일부만 완주했다. 우승을 차지한 중국산 로봇 ‘톈궁(天工) 울트라’조차 인간의 보조가 필요한 미숙 상태다. 그러나 과거 미국의 DARPA 챌린지가 자율주행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고, 이미지넷 챌린지는 딥러닝의 비약적 성장을 견인한 바 있다. 거듭되는 로봇 마라톤 대회 역시 휴머노이드 분야의 기술 혁신을 가속할 것이다. 그 중심에 중국이 있다.
최근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에 따라 로봇에 AI를 접목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1950년대 AI를 개척한 앨런 튜링은 “사람처럼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기계를 만드는 일”로 AI를 정의했고, 로봇이 AI의 한 범주임은 명확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도 올해 초 물리 세계를 이해하는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AI로 무장한 혁신적 로봇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말로 지시하면 수행하는 로봇, 공중돌기와 같은 고난도 동작을 하는 휴머노이드도 나왔다. 가사 노동을 대신하고, 공장에서 일하며, 환자를 돌보는 등 휴머노이드가 본격화하면 일어날 변화는 끝이 없다.
로봇을 비롯한 AI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은 이미 한국을 한참 넘어섰고, 미국과 견줄 정도다. 올해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딥시크를 봐도 그렇다. 당시 “미국은 0에서 1로 만드는 데 능하고, 중국은 1을 100으로 만드는 데 능하다”고 했는데, 지금 추세대로라면 중국이 0에서 100을 만드는 능력을 갖추는 것도 시간문제다. 중국과 관세전쟁을 하는 미국도 로봇 제작을 위한 부품의 50% 이상을 중국산에 의존하며, 한국은 중국 의존도가 더욱 높다. 향후 로봇은 스마트폰과 같은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것이며, 배터리와 반도체의 중요 시장이 될 것이다. 자동차 산업과 같이 연관 산업 파급력도 높다.
중국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올까? 최근 중국을 방문해 혁신 기술을 체험한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놀라움과 함께 큰 우려를 자아낸다. 특히, 베이징과 광둥성(선전, 광저우) 및 저장성(쑤저우, 항저우), 상하이 중심의 기술 굴기가 눈부시다. 약 1700만 인구의 선전은 규제가 아예 없는 무규제 지역을 만들어 1000여 대의 드론이 날아다니고, 택시와 버스 및 이륜차 등이 이미 수년 전에 전동화됐다. 해외에서 돌아온 인재에 대한 지원도 파격적이다. 중앙정부에서 1을 지원하면 지방정부에서 2를 지원하고, 시에서 3을 지원하는 식이다. 우수 인재인 경우 지자체가 서로 지원하려고 경쟁한다. 미국이 민간 주도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중국은 정부 주도로 창업 생태계를 만들어 AI와 로봇 분야의 기술 굴기를 이끌고 있다.
우리도 규제를 없애고 혁신 생태계 조성에 힘써야 한다. 휴머노이드 개발 등 연구과제에 대한 정부 지원도 중요하나, 인재와 돈, 아이디어가 넘치는 K-생태계 구축에 민·관이 합심하고 산·학이 협력해야 한다. 인재 부족도 심각하다. 특히, 피라미드 정점에 해당하는 최정예 인재가 아쉽다. 인재 흡인(吸引)을 위한 보상체계 개선이나 사회적 분위기 마련도 숙제다. 불과 1년 전 기술이 ‘시조새’로 불릴 만큼 발전이 빠른 AI 로봇 분야에서 우리의 ‘빨리빨리’ 유전자(DNA)가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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