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6·3 대통령선거가 41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의 계절을 맞아 주요 정당 경선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고 있다. 이에 비해 군소 정당 대다수는 후보를 내는지조차 잘 알려지지 않는다. 지지자가 많은 후보와 그렇지 않은 후보 간의 차별적 보도는 1등만이 당선되는 대선에서 불가피하겠으나, 국고보조금 지급에서 정당 간 차별은 지나치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가가 정당에 지급하는 보조금으로는 경상보조금과 선거보조금 및 공직후보자 여성·장애인·청년 추천보조금 등이 있다. 경상·선거 보조금의 50%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당에 균등하게 배분하고, 기타 정당에는 0∼5%씩 배분한다. 경상·선거 보조금 잔여분 절반은 국회 의석수 비율에 따라, 또 나머지 절반은 국회의원선거 득표율에 따라 배분한다.

이에 더해 공직선거법에 따른 선거비용 보전도 있다. 후보자가 당선하거나 사망한 경우 또는 후보자의 득표율이 15% 이상인 경우, 후보자가 지출한 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해준다. 후보자 득표율이 15%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10% 이상이면, 선거비용의 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보전해준다. 비례대표 의원 선거는 당선인이 있는 경우 정당이 지출한 선거비용의 전액을 보전해준다.

정당과 선거 관련 각종 보조금이 많아졌으나, 정치적 기회가 균등하게 되지는 못했다. 주요 정당은 경상보조금에다 선거보조금, 그리고 선거비용보전금을 중복으로 받는다. 인두세를 비례세로, 다시 누진세로 바꿔 균등을 꾀하려는 조세 방식과는 정반대로, 각종 정당·선거 보조금은 부자 정당에 더 많이 배분돼 신진 소수의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기성 다수를 우대한다.

선거비용을 후보자 개인에게 부담시키지 않고 국민 모두의 공평한 부담으로 하는 선거공영제는 재력이 부족한 유능 인재의 공무 담임을 가로막는 진입 장벽을 철폐한다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그러나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기성 정파의 기득권을 강화했다고 평가된다.

정당 보조금 배분 및 선거비용 보전을 국회가 결정하는 한 관련 국고보조금은 국회 다수를 차지하는 정파에 유리하게 집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거구획정을 포함한 선거제도, 그리고 국고보조금 및 세비를 포함한 정치자금 제도의 개정을 국회 외부의 독립기구에 맡기자는 주장이 종종 제기돼 왔으나, 이를 성공적으로 추진한 정치인은 없다.

최근 대통령 탄핵을 겪으면서 권력 분산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권력구조 차원의 권력 분산은 승자독식의 다수제와 달리 지지도 또는 득표율에 따른 비례적 분담을 의미한다. 기성 양대 정당을 혐오하더라도 덜 혐오스러운 정당에 전략적으로 투표하는 중도적 유권자는 정치권에 과소 대표되는 경향이 있다. 그런 맥락에서 국고보조금 배분이나 선거비용 보전 등에서 중도를 배려할 수 있다. 이는 중도의 약진을 촉진해 정치적 양극화를 완화하게 될 것이다.

야만적 광야에서는 너도나도 뭉쳐 몸집을 키워야 살아남는다. 독립적 소수는 문명의 세계에서나 지속가능하다. 다만, 소수의 무능은 종종 문제다. 지난 두 차례 국회의원선거에 적용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추진한 소수당의 무지가 자기 파멸을 가져다준 사례에서 보듯이, 문명은 깨우침을 필수로 한다.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김재한 한림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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