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제시장, 1000억 출연 압박
임기 1년뿐인데 공약 이행하려
삼성重·한화에 각 500억 요구
업계 “업황 회복도 안됐는데
기업들 팔 비트는 것“ 반발
거제=박영수 기자, 이근홍 기자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에 수백억 원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내라고 요구하고 그 기금을 지역민과 상공인을 위해 쓰겠다고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지난 2일 재선거에서 당선된 변광용(사진) 경남 거제시장이 최근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경영진을 만나 공약으로 내건 지역상생발전기금 조성을 위해 매년 각 100억 원씩 5년간 총 1000억 원의 기금 출연을 요청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거제지역 조선업계 관계자는 “이익금이 나면 해당 기업 근로자나 사내 복지, 협력업체를 위해 써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이같이 토로했다.
다른 관계자는 “장기침체 끝에 최근에야 실적 개선에 나선 조선업계 상황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런 무리한 요구는 할 수 없을 것”이라며 “어떻게 쓰일지도 모를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만들 게 아니라 미래사업 육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23일 거제시 등에 따르면 변 시장은 재선거에 출마하면서 거제시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이 힘을 합쳐 2000억 규모의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중소상공인과 지역경제, 골목상권을 살리고, 전 시민 1인당 2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고 지난 2일 당선됐다.
변 시장은 내년 6월 지방선거 출마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1년 남짓 남은 재임기간 공약 이행을 위해 곧바로 지역 양대 조선소로 달려가 기금 출연을 요구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애초 2000억 원에서 취임 후 실무검토과정에서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거제시가 5년간 각 500억 원씩 총 1500억 원을 조성하는 것으로 낮췄다.변 시장의 양대 조선사 기금 출연 요구 소식이 알려지지 거제 지역 협력사들은 “공약 이행을 위해 기업의 팔을 비트는 것이 아니냐” “사내 협력업체 중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는 곳이 많은데…”라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이에 대해 거제시 관계자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에 건의한 지역상생발전기금을 당장 조성하기는 어렵지만 실무 논의를 통해 풀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변 시장은 공약으로 내건 전 시민 20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총 470억 원)도 지급을 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의 기업체 후원 요구는 경남도와 경기 성남에서도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는 2013년 재임 때 지역기업에 1억~10억 원의 경남프로축구단(경남FC) 후원금을 요구해 비판을 받았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2016년 당시 성남FC 구단주로서 두산건설, 네이버, 차병원, 푸른위례프로젝트 등 기업으로부터 후원금 133억5000만 원을 받는 대가로 각종 사업상 편의를 제공한 혐의(제3자 뇌물공여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박영수 기자, 이근홍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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