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출차 관리·스크린 도어 없어
70대 경비 1명, CCTV 16대뿐...“24시간 근무 피로도 높아”
경찰, 현장 합동감식·디지털 포렌식 등 수사 이어가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아파트 방화 사건으로 용의자 이모(61) 씨가 사망하고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이 사건으로 외부인 출입에 취약한 구축 아파트의 안전 관리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아파트 정문에서 입출차 관리를 하지 않고, 1층에 스크린 도어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문화일보 취재진이 23일 화재가 난 아파트에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부터 501호까지 가상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가보자, 도보로 2분도 채 걸리지 않아 아무런 제재도 없이 도착할 수 있었다. 해당 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민 A(72) 씨는 “결국 외부인이 들어와서 방화를 일으킨 것 아니냐”며 “누구든 들어올 수 있다는 게 이렇게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지 몰랐는데 앞으로 무서워서 못 살겠다”고 토로했다.
해당 아파트를 관리하고 있는 건 아파트 입구에서 15m 정도 거리에 위치한 작은 경비실뿐이다. 이곳에선 70대 경비가 2교대로 아파트를 지켜보고 있지만 격일로 24시간씩 근무해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경비 B 씨는 “실질적으로 입구로 드나드는 사람들과 16개 CCTV를 24시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비소에서 관리하고 있는 CCTV는 화재가 난 아파트를 포함해 인근 임대아파트 2개 동에 설치된 16대 뿐이다. 각 동에 설치된 엘리베이터 5대의 내부와 그 앞, 아파트 입구와 쓰레기장, 어린이놀이터 등으로 시야각이 제한적이다.
사망한 용의자 이모(61) 씨가 기름통이 매달린 오토바이를 지하주차장에 세워놓았음을 고려해 지하주차장에서도 진입해봤지만, 아무런 보안 장치 없이 거주민 출입구와 엘리베이터를 통해 각 세대에 접근할 수 있었고 해당 구역엔 CCTV도 설치돼 있지 않았다.
반면 인근 아파트에선 정문에 게이트를 만들어 경비초소에서 입출차를 관리하고 있었다.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외부(방문) 차량은 관리초소에 차량 번호, 방문 세대, 방문 목적과 주차 시간 등을 고지하고 이를 방문차량증에 적어 차량 앞유리에 붙여놓아야 했고 초소에선 경비 3명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의 경우 각 동마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도록 돼 있었다.
현재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 “화재로 인한 사망”이라는 구두 소견을 받은 상태다. 현장에서 이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전화도 확보해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했다. 이를 통해 방화 도구 구매 과정 및 계획 여부 등을 조사할 계획이며 필요 시 이 씨 자택 압수수색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관악경찰서 관계자는 “합동감식의 분석 결과를 기다리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지, 방화 과정에서 몸에 불이 옮겨붙었는지 등 자세한 사망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씨가 불을 지른 401호와 404호의 경우 과거 이 씨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툰 적이 있어, 경찰은 주민과 이 씨 친인척 등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하고 있다. 이 씨에게는 친딸이 없어 유서에서 언급한 딸은 친인척으로 추정된다. 피해주민들은 아직 의사소통이 어렵고 모친 또한 정신적 괴로움을 호소하고 있어 대면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이 씨에게 정신 질환 관련 이력이 있는지 조사 중이다. 이 씨는 방화 관련 전과는 없지만 20여 년 전 무면허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희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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