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lobal Focus
틱톡·페북 등서 ‘심리전’ 펼쳐
“美는 세계무역의 13%만 차지”
“우리는 다른 고객에 팔면된다”
린이=박세희 특파원 saysay@munhwa.com
중국이 미·중 무역 전쟁을 새로운 전장으로 이끌고 있다. 틱톡, X,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심리전’이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거의 매일 자신의 X 계정에 미국의 관세 폭탄을 조롱하는 내용의 글과 영상을 올리고 있다. 23일 그는 “관세가 미국 전역의 생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매우 슬프다”는 글과 함께 관련 영상을 게재했고 전날엔 “만약 미국이 우리 상품을 원하지 않는다면 다른 고객들에게 팔면 된다”고 말한 중국 이우(義烏) 시장의 상인 인터뷰 영상을 올리며 “미국은 세계 무역의 13%만 차지할 뿐”이라고 썼다.
앞서 지난 7일엔 미국 보수의 상징과도 같은 로널드 레이건 전 미 대통령이 관세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연설한 동영상을 첨부했으며 10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상징적인 캐치프레이즈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 가격이 50% 이상 급등했다는 내용의 밈을 게시했다. 류펑위(劉鵬宇)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허드 맥도널드 제도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조롱하는 펭귄 밈을 올렸다. 중국 관영 환추스바오(環球時報)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 관광객들이 빈 여행가방을 끌고 태평양을 건너 중국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다”고 23일 사설을 통해 전했다.
정부와 관영 매체뿐만 아니라 중국 시민들까지 나서 미국의 관세 정책을 조롱하고 있다. 어두침침한 공장에 미국인들이 모여앉아 옷을 재봉하고 스마트폰을 조립하는 등의 모습이 담긴 인공지능(AI) 생성 영상은 중국 SNS에서 수백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틱톡에서는 명품 등 유명 브랜드 제품들이 모두 아주 낮은 원가로 중국에서 생산된다고 주장하는 상인들의 영상이 화제를 모았다. 틱톡에서 활동하는 한 중국 인플루언서는 “룰루레몬, 휠라, 언더아머 등과 같은 브랜드 제품들은 이우 공장들에서 생산된다”며 생산 원가 6~8달러(약 8000~1만1000원) 재킷이 룰루레몬에선 10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인플루언서는 틱톡 영상에서 3만4000달러에 판매되는 에르메스 버킨백이 중국 공장에서 1395달러에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중국에 와서 같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라며 관세를 조롱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 반트럼프 시민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왕즈성(王智盛) 대만중앙경찰대학 조교수는 “과거 중국의 선전은 중국인을 겨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우 분명히 미국인, 더 정확히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반대하는 미국인들이 타깃”이라고 설명했다. 리웨이핑(李偉平) 미 메릴랜드대 저널리즘 대학원 박사후연구원은 “(중국이)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만들 필요도 없다. 불만의 목소리를 증폭시키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럴 소재는 너무도 많다”고 말했다.
박세희 특파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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