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남자의 클래식 -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D. 760
전체 4악장으로 유기적 연결
웅장한 음악 오케스트라 방불
젊은날 방황하던 자신을 투영
슈베르트 작품중 가장 난도높아

슈베르트(1797∼1828)는 ‘마왕’ ‘송어’ ‘방랑자’ 등 전 생애에 걸쳐 무려 600곡이 넘는 가곡을 남겼는데 이는 그가 31세의 이른 나이에 요절한 사실에 비춰보면 실로 대단한 업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600여 곡의 모든 가곡은 각각의 독창성을 지닌 명곡들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단 한 곡도 거르지 않고 모두 연주되고 있으니 양적이나 질적인 면 모두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할 것이다. 이 점이 우리가 슈베르트를 ‘가곡의 왕’이라 칭송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의 천재적인 창작력은 비단 가곡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가곡에서 빛을 발한 그의 문학적 해석력, 거기에 자유로운 상상력이 더해져 탄생한 걸작 기악작품이 있으니 바로 ‘방랑자’ 환상곡이다.
다른 위대한 음악가들과는 달리 슈베르트는 음악가 부모를 두지도, 음악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라지도 못했다. 가난한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그가 가진 재능이라곤 오직 맑고 예쁜 목소리가 전부였다. 다행히 슈베르트는 일찍이 노래에 재능을 드러냈고 성가대에서 보이소프라노로 노래하는 조건으로 부잣집 자제들이나 다닐 수 있었던 슈타트콘빅트(Stadtkonvikt)라는 이름의 시립기숙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15세가 되면서 슈베르트에게도 변성기가 찾아왔고 17세엔 학교를 떠나야만 했다.
당시 오스트리아는 징병제였기 때문에 슈베르트는 군대를 가야 했지만 대신 자신의 아버지가 교장으로 있는 초등학교의 음악보조교사로 대체 복무하게 된다. 1815년 어느 날, 슈베르트는 괴테의 시 한 편을 읽고 이에 크게 경도되어 즉시 곡을 붙여나갔다. 작곡은 일필휘지로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이 바로 슈베르트를 작곡가로 들어서게 한 최초의 작품 가곡 ‘마왕, Erlkonig op 1’이다. 이때 슈베르트의 나이 17세였고 그 이듬해인 1816년엔 그 유명한 가곡 ‘방랑자, Der Wanderer, op 4 no 1’이 탄생되었다.
슈베르트는 가곡만큼이나 기악작품에도 열정을 아끼지 않았다. 21세 때는 이미 6곡의 교향곡과 다수의 소나타도 완성해 놓은 터였다. 하지만 그의 미천한 음악이론 실력이 문제였다. 어린 시절 사립학교에서 배웠던 대위법이나 화성법으론 복잡한 기악작품을 완성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 시기 슈베르트는 더 이상 써내려가지 못해 중도에 펜을 내려놓기 일쑤였는데 그 대표적인 작품이 ‘미완성 교향곡’이다.

1822년 어느 날, 아마추어 피아니스트 엠마누엘 폰 리벤베르그 드 치시틴으로부터 피아노 작품을 위촉받게 되었는데 문득 슈베르트에게 하나의 영감이 떠올랐다. 바로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악상을 전개해나가는 기악작품 형식인 ‘환상곡’을 작곡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곧장 슈베르트는 18세에 작곡했던 가곡 ‘방랑자’의 모티브 8마디를 가져다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을 작곡해 나갔다. 작품의 외피는 어떤 명곡의 주요 부분만을 발췌하여 편곡한 환상곡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내면은 오케스트라를 방불케 하는 견고한 교향적 뼈대를 곧게 세우고 있다. 불과 24세에 작곡된 ‘방랑자’ 환상곡은 젊은 날 방황하던 슈베르트의 모습에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자유롭게 비상하고자 했던 슈베르트의 초상이 포개어진 걸작 중의 걸작이다.
안우성 ‘남자의 클래식’ 저자
■ 추천곡 들여다보기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D. 760은 1822년 11월에 작곡돼 1823년 카펠리와 디아벨리에 의해 출판됐다. 작품은 전체 4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모든 악장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으며 악장 사이 쉼 없이 연주되는 것이 특징이다. 걸작임과 동시에 슈베르트 작품 중 가장 난도가 높은 작품으로 훗날 프란츠 리스트는 1851년 이 작품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시 형태의 편곡작품(S.366)과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S.653)으로 재차 편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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