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의 중소기업 - (中) 경쟁력 역주행
작년 창업기업 1년새 4.5% 줄어
유니콘 신규 진입은 2곳에 불과
상속세 부담에 가업 승계 접기도
기업 생태계 갈수록 활력 잃어가

멈춰선 생산라인
우리나라 전체 기업의 99.9%를 차지하며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자체가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다. 눈앞의 대내외 악재 대응도 벅차다 보니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는 엄두도 낼 수 없는 탓이다. 대내외 불확실성 탓에 벤처 투자도 얼어붙다 보니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넘는 비상장 스타트업) 탄생도 가물에 콩 나듯 하고 있다. 높은 상속세율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경우도 속출해 ‘100년 기업’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활력 떨어지는 중기 생태계 = 24일 중소벤처기업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창업 기업 수는 118만2905개로, 전년 123만8617개 대비 4.5% 감소했다. 벤처 생태계를 이끌어나갈 기술 창업 수도 줄었다. 지난해 기술 기반 창업 기업은 21만4917개였다. 지난 2021년만 해도 23만9620개였으나 2022년 22만9416개, 2023년 22만1436개로 갈수록 줄고 있다. R&D 인력 감소도 문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달 내놓은 ‘중소기업 고용동향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중소기업 부설 연구소 연구원은 2022년 21만4642명에서 2023년 21만3031명으로 준 데 이어 2024년에는 20만1644명까지 떨어졌다.
국내 기업 전체 연구원 수에서 중소기업 연구원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49.4%로, 2019년 57.0%보다 크게 줄었다. 반면 대기업(32.9→36.1%)이나 중견기업(10.1→14.4%)은 늘었다. 중소기업 인력의 고령화도 심각하다. 중소기업의 39세 이하 청년 취업자 비중은 2014년 35.5%였으나 2024년에는 30.4%로 5.1%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50세 이상 고령 취업자 비중은 같은 기간 38.0%에서 48.6%로 10.6%포인트 늘었다.

◇유니콘 기업, 미국 653개, 한국은 14개 = 미국 데이터 분석 기관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1월 현재 유니콘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653개)과 중국(169개), 인도(70개) 순이다. 한국은 14개로 10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새로 탄생한 국내 유니콘 기업은 리벨리온과 에이블리 2곳뿐이다.
스타트업 민관 협력 네트워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지영 전문위원은 “한국 투자시장이 경색돼 유니콘이 탄생하기 어려운 환경인 데다 유니콘 기업 중 상당수가 실질적인 매출을 만들어내지 못해 기업공개(IPO)를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상속세 부담, 가업 승계도 어려워 = 힘들 게 키운 기업도 높은 상속세 부담에 매각하거나 경영권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손톱깎이 업체 쓰리쎄븐, 밀폐용기 업체 락앤락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 50%(최대주주 할증평가 반영시 60%)는 일본(55%)에 이어 2위 수준이다. 상속세를 납부하려면 주식을 팔거나 담보대출을 받는 게 불가피한데, 60% 상속세를 내기 위해 주식을 팔면 지분이 40%로 감소한다. 경영권을 방어하기 힘든 구조다.
다른 나라에서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자본이득세(유산을 받는 때가 아니라 향후 매각할 때 가격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로 전환하거나 상속세를 폐지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속세가 없는 국가는 14개국에 달한다.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한 국가는 캐나다, 호주, 스웨덴, 뉴질랜드 등이 있다.
장석범 기자, 이예린 기자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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