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가 발생한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우성아파트에서 소방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화재가 발생한 21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우성아파트에서 소방관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2004년 이전엔 16충 이상만 설치 의무

“시설 관리, 예방·대피 훈련에 힘써야”

지난 21일 서울 관악구 봉천동 소재 아파트에서 방화 사건이 발생해 용의자 이모(61) 씨가 사망하고 6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해당 아파트는 방화문이 열려 있고 완강기·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는 등 방화에 취약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소방당국에 따르면 불이 난 이 아파트 4층은 화재 당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현행법상 스프링클러는 층수가 6층 이상인 공동주택의 경우 모든 층에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기 전이었던 2004년에는 16층 이상에 해당하는 층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돼 있었다. 이 아파트의 사용 승인은 2000년, 허가를 받은 건 1993년으로 당시에는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

스프링클러가 없으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구축 아파트에 설치 의무를 부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비 비용이 많이 들 뿐더러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배관과 펌프를 설치하는 등 아파트 구조를 바꾸는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백찬수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구축 아파트의 경우 열이나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리는 감지기조차 부식돼 있는 경우가 많다”며 “감지기를 점검하고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소화기를 구비하는 등 기본적 소방 점검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역시 “시설 관리와 대피 훈련에 집중하면서 나이 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소화기 사용법을 교육하는 등 예방 활동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소방 합동감식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부검 결과를 기다리면서 정확한 방화 지점과 사건 경위 등을 조사하는 중이다.

관악경찰서는 “현장에서 사망한 용의자 이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휴대폰이 발견되면서 이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의뢰해 계획범죄 정황 등을 수사하고 있다”며 “이 씨의 친인척과 해당 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 씨에게 정신질환 이력이 있는지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희 기자
이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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