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 분과위, 민간위원 반대로 세 번째 무산…“국회 설명 후 재상정”

한덕수 HD현중 방문·민주 부승찬 “방산게이트 의심” 비판에 정쟁화

1년 사업지연 KDDX 추가비용만 벌써 1천억원대 추산

방산업계 “대선 이후 사업자 선정 미뤄지면 사업 무기한 표류 가능성”

“선도함 업체 결정 차기 정권 넘겨라” 정치권 압박 눈치보는 방사청 무용론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조감도. HD현대중공업 제공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식 결정이 또 미뤄져 1년 이상 표류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이뤄지는 사업 방식 결정이 ‘방산 알박기’라고 비판하자 방위사업청(청장 석종건) 국회 설명 등을 거친 뒤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방사청은 24일 사업분과위원회(분과위)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 방식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KDDX 사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해 국방부 차원의 사업추진방안 점검과 국회 대상 설명과정을 거친 후 분과위에 재상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6·3 대선 이후로 연기돼 표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국산 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사업비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당초 KDDX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이후 지난해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두 업체의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으로 사업이 1년 이상 지연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나,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전력을 감안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사청은 이에 ▲ 수의계약 ▲ 경쟁입찰 ▲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검토해왔는데, HD현대중공업과의 수의계약에 무게를 둬 왔고 이날 분과위에서 이를 결정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자 국회 국방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부승찬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회의에서 “국방부가 4월 내로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통해 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들린다”며 “방산 알박기”라고 비판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국방정책조정위원장은 24일

“정권 말기 특정 업체 밀어주기 방산 게이트가 의심된다”며 방사청의 KDDX 선도함 및 상세설계 사업자 선정에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 의원은 이날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방사청이 올해 2월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거쳐 차기 구축함 생산 능력을 갖춘 업체 두 곳을 지정하고, 경쟁 입찰을 기본 원칙으로 삼겠다는 방침을 천명했음에도, 정권 말기 국방부가 돌연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부 의원은 “합리적 근거 없이 특정 업체와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것은 사실상 방산 비리이자, 권력과 방위산업 간 유착 의혹을 부를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민주당은 감사원 감사 청구는 물론, 필요한 모든 법적·행정적 대응에 착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화오션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등 차세대 함정기술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환화오션이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등 차세대 함정기술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이와관련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때 KDDX 사업추진방향과 경쟁입찰을 통해 기본설계업체(HD현대중공업)까지 선정해놓은 마당에 민주당 의원이 확인되지도 않은 방산 비리 의혹까지 제기하며 사업을 차기 정부로 넘기라는 식으로 요구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해 논란이 예상된다.

총 6척을 도입하는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은 상세 설계·1번함 수주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해왔다. 그러나 이미 사업 착수 목표보다 일정 1년 넘게 지연되면서 우리 해군의 핵심 전력 도입 사업이 ‘골든타임’을 놓칠 위기에 봉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산업계에서는 1년 가까이 KDDX 사업 지연으로 인한 추가 비용발생을 1000억원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다른 정부 관계자는 “관급을 제외하고 연구개발부터 선도함 건조까지 개략적인 선도함 연구개발비를 약 9000 억원으로 추정할 경우, 물가상승률 최소 3% 적용시 300 억원, 체계 및 장비 업체의 경영계획 미수립(선발주 미시행으로)에 따른 급행료는 추정이 어려우나 최소한 물가 상승률 이상의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선도함 사업 지연에 따른 후속함 지연도 추가로 발생하기 때문에 2번함까지의 비용만 계산해도 최소 1000 억원 이상의 비용 상승은 이미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의 관세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조만간 우리나라에 함정 방산 협력 청구서를 본격적으로 내밀어 이지스함 설계 능력을 갖춘 엔지니어를 대량 요구하는 상황에도 대비해야 하는데 국익은 도외시한 채 업계 이해관계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국 요구에 앞서 KDDX 상세설계를 빨리 마쳐야 하는데 사업이 계속 지연될수록 미국 요구와 중첩돼 KDDX 사업이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며 “이런 마당에 국회의원등 정치권 인사들이 해군함정 적기 전력화는 뒷전인 채 ‘사업을 다음 정권으로 미뤄야 한다’며 방사청을 압박하는 일은 무책임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국방부와 방사청 역시 국익 및 안보와 직결된 중요한 국책사업과 관련해 정치권 눈치를 살피고, 업체의 이해 관계에 휘둘린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러다간 국산기술 개발등 엄청난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KDDX 사업이 좌초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국방부와 방사청의 정치권 눈치보기와 결정 장애가 도를 넘은 것 같다”며 방사청 무용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선도함 및 상세설계 업체 선정이 대선 이후로 미뤄져 다음 정권에서 결론을 도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사업이 계속 지연돼 KDDX 사업의 성공 여부도 장담하기 힘등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는 것은 물론 북한의 수중·수상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해상방위 전력 구축에 커다란 구멍이 생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해군 안팎에선 북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등 접경수역 도발 가능성과 일본의 한반도와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을 하나의 전역으로 묶는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 그리고 중국의 서해 잠정조치수역(PMZ) 무단 구조물 설치 등 해양안보 환경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KDDX 전력화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KDDX 사업은 2036년까지 7조8000억원을 투입해 7000t급 ‘미니 이지스함’ 구축함 6척을 확보하는 국책사업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정충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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