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가 지혜라고 부르는 것의 비밀

딜립 제스테·스콧 라피 지음│제효영 옮김│김영사

우리는 흔히 말한다.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갖고 싶다고. 지혜와 ‘건강한 노화’를 연구해온 세계적 석학이자 신경정신과 전문의인 저자는 건강하게 나이 든 이들의 지혜로움에 주목한다. 나아가 지혜를 어떻게 정의하고 측정할 수 있는지, 지혜로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지혜로워지기 위해서는 지혜가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무엇이 지혜인지 이해하고 있다. 공감과 연민, 이타심, 친사회적 행동, 정서적 안정감 등이 지혜를 구성하는 요소다. 이러한 감정과 행동은 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데, ‘전전두피질’과 ‘편도체’가 인간의 지혜에 관여하는 뇌의 부분이다. 전전두피질은 비교적 최근에 형성된 뇌 영역으로, 인간은 이 영역이 다른 동물에 비해 큰 편이다. 이와 달리 편도체는 인간 뇌에서 가장 오래전 형성된 변연계의 깊은 곳에 존재한다. 해당 부분이 커지고 발달할 수 있도록 지속해서 자극한다면 더 지혜로워질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건강하게 나이 든 이들이 현명한 것도 훈련과 단련을 통해 지혜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많은 경험을 축적했고, 산전수전 다 겪은 젊은 시절과 달리 감정적으로 동요하지도 않는다. 이른바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핑크빛 안경’을 착용한 상태다. 우리는 현명한 연장자를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우고자 한다. 과거 가장 나이 많은 이가 공동체에서 존중받고 마을을 이끄는 역할을 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테다. 책은 이를 ‘생성성’(중년 이상의 세대가 어린 세대를 보살피는 것)이라 정의한다.

그렇다면 노화만이 지혜로워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까? 다행스럽게도 인간은 지혜로워질 수 있는 자질을 타고났다. 다른 사람이 공에 맞은 모습을 보고는 내가 맞은 것처럼 움찔하게 만드는 ‘거울뉴런’ 세포, 생후 6개월 된 아기조차 자신과 타인의 정신이 구분돼 있음을 인지하도록 하는 ‘마음 이론’ 등을 강화하면 된다. 이제 충분히 지혜로워졌다고 생각한다면 저자가 개발한 ‘SD-WISE’를 통해 그 정도를 측정해보자.

하지만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결코 지혜로운 사람이 될 수 없다. 모두가 편향성에 사로잡힌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마음의 항상성도, 숙고와 자기이해도 불가능하다. 지혜로운 어른이 되고자 한다면 분노와 초조함을 내려놓고 이타적인 행동을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476쪽, 2만3000원.

김유진 기자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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